김정일의 아들 김정은이 하루아침에 대장이 되었다. 웃어야 할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구분이 안되는 파격적인 후계자 선정 작업이다. 더구나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까지 대장으로 임명 되었다. 육군대장인지 공군대장인지는 모르겠으나 좌우간 정규군의 진짜 대장이다. 세계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희한한 일이다.
북한이 왕조체제라 하지만 영국의 왕자들이 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소위 계급장을 달고 최전방에 배치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김정은은 지난해부터 북한 지도층 사이에서 ‘청년대장’ ‘샛별대장’으로 불리기는 했지만 이때의 ‘대장’은 아버지를 꼭 빼어 닮았다는 것과 장차 후계자가 될 재목이라는 뜻의 대장이었지 군의 장성을 의미하지는 않았었다.
북한군의 장성계급은 원수-차수(5성)-대장-상장(중장)-중장(소장)-소장(준장)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임관 후 소장이 되려면 최소 20년은 지나야 한다. 김정일은 원수로 군 최고사령관이다. 그리고 그 밑에 리영호 총참모장,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10여명의 차수가 있다. 올해 27세인 김정은은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장 계급장을 달았으니 서방의 시각으로 보면 이것은 코미디다. 외무장관이 자신의 딸을 외무부 직원으로 채용 되도록 밀어주는 것 정도는 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속한다.
원래 북한은 공산당 우위의 사회이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방위가 당을 누르고 최고 권력기구로 부상했으며 김정일이 ‘선군주의’를 선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군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지도자란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며 김정은의 대장 임명은 김정일의 후계자 작업이 군의 동의를 얻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김정은이 이번 당대표자회의에서 소리 없이 후계자 수업을 받는 고위직에 기용될 것이라는 추측은 있었으나 대장계급을 부여 받을 줄은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다. 이는 김정은을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임원으로 임명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아버지가 위원장으로 있는 국방위원회로 가기에는 너무 이르기 때문이다.
‘김정은 대장의 탄생’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북한이 말기현상의 시작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김정일의 건강이 예측불허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오죽했으면 군 경험 전무의 아들에게 대장계급을 부여 했을까.
왜 북한 인민군의 수뇌들은 김정은의 대장 임명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가만있을까. 왜 군은 북한의 3대 세습제 왕조를 묵인하고 있는 것일까. 이들은 동구권과 소련의 공산체제가 무너지면서 군 수뇌들이 얼마나 비참한 신세로 전락했는지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동구권의 군 수뇌부가 민주주의 전환 후 얼마나 냉대 받고 있는지를 비디오에 담아 모든 인민군 장교들에게 보여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 체제의 몰락은 선군주의 체제 붕괴를 의미한다. 따라서 김일성 일가의 세습이 계속 되는 한 인민군은 북한 지배계급의 최고 엘리트이며 통치자의 오른팔적인 존재다. 세습제의 최고 수혜자인 셈이다. 따라서 ‘김정은 대장 임명’을 눈감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김정은이 군통수권자로 부임하는 날엔 선군주의의 전성시대가 찾아올 것이며 군이 정권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는 것 같다. 인민군은 북한 세습제의 공모자다.
이 철 /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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