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뜨거운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자녀를 최고의 대학에 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뿐더러 빚을 내서라도 과외란 과외는 죄다 시키는 한국인 부모들을 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초등학교 1학년, 2학년에 불과한 어린 아이들이 오후 3시쯤 학교수업을 마치고 학원에서 영어와 수학 과외를 받은 뒤 밤 8시쯤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미술, 음악, 태권도 학원을 한 바퀴 돌고나서 밤 11시나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는 익숙한 풍경이 된지 오래다.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아이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며 이를 위해 모든 돈과 시간과 노력이 집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외라는 것은 정도가 지나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모자라는 공부를 보충하거나 특기를 살리기 위해 과외를 하는 것은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어린 아들과 딸을 SKY(서울대·고대·연대) 보내려고 한참 뛰어놀 나이 때부터 과외로 내몰고 있으니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사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은밀하게 이뤄져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던 고급 아파트 고액 과외방이 얼마 전 서울 강남에서 적발된 것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이 과외방을 운영해 온 A씨는 임대료만 월 500만~700만원 하는 아파트를 빌려 월 1억5,000만원을 과외로 벌어들였다니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이런 고액 과외방은 학부모들의 지나친 1등주의 심리, 사회의 명문대 출신 선호현상 등이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수많은 한인들이 자녀에게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민 왔다는 이곳 남가주는 어떠한가. 한국보다 강도는 덜하지만 지역을 막론하고 한인들이 몰려 사는 곳이면 주부들의 대화에서 ‘과외’는 어김없이 화두로 등장한다.
주변 아는 사람 중에는 “이제 외국어는 중국어가 대세”라며 만 3세가 갓 지난 딸을 일주일에 3시간씩 중국어 학원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 한국말을 쓰기 때문에 학교에서 영어가 딸리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방과 후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고 주중에는 피아노와 미술, 주말에는 운동 한 가지 하는 것은 흔한 일이 돼 버렸다.
문제는 상당수 한인 학부모들이 아이의 취미와 적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오기로 아이들의 등을 떠밀다시피 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가계에 무리가 따르고 아이는 심신이 지쳐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대학 간판을 중요시하는 한국식 사고방식에 젖은 일부 한인 부모들은 자녀에게 “아이비리그는 못 들어가더라도 최소한 UC는 가야한다”며 학교 간판에 집착하고 자녀를 좋은 대학 보내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학교 간판보다는 개인의 창의성과 기술, 실무경험을 가장 중요시하는 사회라는 것을 깨닫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자녀의 관심분야나 특기를 최대한 살려 집중적으로 밀어주는 것이 미국에서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특별한 재능이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아이비리그나 UC 대학만 나온다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미국은 말 할 것도 없고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 역시 창의성과 기술이 대접받는 사회다.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스위스 태생의 과학자 쿠르트 뷔트리히 박사는 “좋은 대학 가기 위해 공부만 하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창의적이 될 수가 없다”며 “어린이들은 놀아야 하며 재미있는 일을 해야 창의적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한국식 사고방식에 얽매여 명문대학만 고집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위대한 창조자는 한인사회에서 영원히 나오지 못할 것이다. 명문대 진학을 위한 과외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겠다.
구성훈 특집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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