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친구가 메일을 보내 왔는데 “오늘 TV에서 미국 극빈자 보도를 보고 놀랐다”면서 “어떻게 미국에서 끼니를 잇지 못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 수가 있느냐”며 물어왔다.
사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도 지난주 센서스국의 극빈자 현황 발표를 보고 놀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미국인 7명중 1명이 빈민에 속하며 4,400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4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 끼니를 걱정하는 인구가 4,400만명이나 된다? 이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당국발표는 ‘poor’라고만 했지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이 발표가 끼니를 걱정하는 극빈자로 인식 되었을까.
TV 뉴스의 과장보도 때문이다. TV 뉴스는 지난주 센서스국의 발표를 보도하면서 길거리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는 홈리스 피플들과 직장에서 실직 당한 후 집 페이먼트를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들의 텅 빈 냉장고를 보여 주는 편집으로 이 뉴스를 처리했다. 그러니 이 뉴스를 본 사람들, 특히 외국인들은 끼니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미국에 4,40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에 밥 굶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정말 몰랐네”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한인들을 붙잡고 “정말 끼니를 잇지 못하는 사람들을 본 일이 있어?”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글쎄, 그건 본 일이 없는데”라고 대답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각종 복지정책으로 오히려 끼니를 굶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미국 정부가 가난한 계층으로 구분하고 있는 사람들은 개인의 경우 연간 수입이 1만1,000달러 미만, 4인 가족의 경우는 2만2,000달러 미만을 의미한다.
이들을 정부는 ‘빈민’(poor)으로 구분한다. 이들이 밥을 굶느냐.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빈민층일수록 칼로리 과잉 섭취로 중산층보다 몸이 비대한 것이 문제점으로 떠올라 있다.
센서스국 통계에 의하면 빈민의 46퍼센트가 집을 소유하고 있으며 76퍼센트가 에어컨을 설치한 집에서 살고 있다. 이는 36년 전 미국인구의 36퍼센트만이 에어컨을 갖고 있던 것과 비교된다. 또한 극빈층의 3분의 2가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으며 30퍼센트의 가난한 사람들은 2대 이상의 차를 갖고 있다. 그리고 62퍼센트의 극빈자는 인공위성 TV를 시청한다.
집세를 못내 쫓겨나는 빈민은 1퍼센트에 불과하고 전화료를 못내 통화절단 당하는 가정은 10가구 중 1가구이다. 센서스국 집계에 의하면 빈민층의 70퍼센트가 “여유는 없지만 먹고 사는 데는 절박한 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있다.
미국의 빈민층 구조는 이번 불경기에 갑자기 팽창한 것이 아니다. 수십 년간 내려오는 미국의 그늘이다. 지난번 대통령선거 때 오바마가 “미국인 8명당 1명이 빈민층”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면 그 뿌리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빈민은 아프리카나 북한의 빈민과는 다르다. 절대적 빈민이 아니라 상대적 빈민이다. 일반 미국 중산층에 비해 가난하다는 뜻이지 끼니를 걱정하는 빈민이 아니다. 그렇다면 미국에는 왜 빈민이 많은가. 정부가 생활비를 보조해 주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고 정부가 주는 웰페어를 타먹고 사는 것이 저임금 받으며 구질구질한 일 하는 것 보다 살기 편하다고 생각하는 계층이 있는 것이 문제다. 정부의 복지정책이 빈민층 생산의 주범이다. 이는 민주당 정책의 아킬레스 건이기도 하다.
이철 /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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