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라스베가스를 처음 구경한 것은 1969년 5월이다.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열린 한미안보회의 취재를 마친 후 귀국길에 라스베가스를 관광하게 되었다. 베가스 공항 밖을 나오니 허허벌판인데 주택가는 시골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자그마한 동네를 이루고 있었으며 한인사회는 김시스터즈 가족을 비롯해 50여명에 불과했다.
당시 제일 유명한 카지노호텔은 ‘스타다스트’(영화 ‘카지노’의 호텔)였고 가장 비싼 일류호텔은 ‘데저트 인’이었다. ‘데저트 인’은 마피아 ‘박시 시겔’과 함께 라스베가스의 창업자로 불리는 ‘모 댈리츠’의 소유였는데 어느 날 하워드 휴즈가 한층 전체를 빌리더니 2개월을 머물렀다. 참다못한 ‘모 댈리츠’가 휴즈에게 나가 달라고 독촉하자 모욕을 당한 휴즈는 이 호텔을 1,300만달러 주고 사버렸다. 그리고는 이 호텔에서 죽었다.
‘데저트 인’은 라스베가스의 추억을 담은 대표적인 카지노호텔이었다. 프랭크 시나트라, 딘 마틴, 새미 주니어 데이비스, 폴 앵카, 닐 세다카, 토니 베넷, 리버라치 등 기라성 같은 연예인들이 공연하던 곳이다. 지금은 라스베가스 쇼 구경에 반바지 티셔츠 차림으로도 통하지만 당시에는 타이를 매고 정장하지 않으면 쇼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이 역사적인 호텔을 하루아침에 다이너마이트로 날려 보내고 ‘윈’이라는 호텔을 지은 사람이 바로 킹 오브 라스베가스로 불리는 오늘의 스티브 윈이다. 그는 화려했던 둔스 호텔과 포론티어를 허물고 벨라지오와 미라지를 건축한 ‘뉴 라스베가스’ 돌풍의 주인공이다. 누가 뭐래도 라스베가스의 특급 카지노호텔은 ‘윈’과 ‘벨라지오’라고 할 수 있다.
지난주 서울에서 온 친척들을 안내하느라 라스베가스에 갈 기회가 있었다. ‘윈’에 들러 보았더니 이것이 웬 일인가. 카지노가 텅텅 비어 있다. ‘윈’ 뿐만이 아니라 다른 호텔들도 썰렁했고 트래픽으로 유명한 스트립의 라스베가스 블러버드가 휑하니 뚫려 있어 불경기에 허덕이는 베가스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곳만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벨라지오 호텔 옆에 새로 들어선 ‘아리아’ 카지노호텔이다. ‘아리아’는 MGM 인터내셔널이 지은 고층빌딩촌 ‘시티 센터’(110억 달러 투자)의 5개의 빌딩 중 카지노가 있는 건물인데 61층에 객실 4,000개의 초호화판 호텔이다. 이곳에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 복도에서도 밀려다닐 정도다. ‘시티 센터’에는 프라다, 베르사체, 루이뷔통, 헤르메스. 구찌, 까르띠에 등 세계 유명브랜드 점포 30개가 백화점을 이루고 있는 ‘크리스탈’ 빌딩이 별도로 붙어 있다. 또한 이 건물 안에는 ‘울프강 퍽’등 10개의 세계유명 레스토랑이 들어가 있다. 모노레일까지 설치되어 ‘윈’과 ‘벨라지오’가 빛이 바랠 정도다.
라스베가스에서는 ‘어제의 일류’가 ‘오늘의 2류’로 전락한다. 멀쩡한 매머드 호텔도 30년만 지나면 더 큰 매머드에 밀려나 허물어진다. 오래 될수록 유명하고 방값이 비싼 유럽호텔과는 대조적이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역사적인 요소도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라스베가스의 체질이다.
언젠가는 스티브 윈의 호텔도 허물어 질 것이다. 당장 ‘아리아’의 등장으로 그 위용을 자랑하던 ‘윈’ 호텔이 맥없어 보이는 현상이 좋은 예다. 이에 초조해진 스티브 윈은 얼마 전 자신의 카지노와 호텔 본부를 마카오로 옮기겠다고 NBC-TV에서 말한 것이 미국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불경기에 사면초가다. 그가 이룩한 ‘뉴 라스베가스’ 물결에 그 자신이 떠내려가고 있다. “파괴는 건설이다”가 라스베가스의 새로운 생존 비결로 굳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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