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카트만두 중심가에 다멜이라는 유명한 거리가 있다. 일자로 뻗은 3km 정도의 골목길인데 식당, 여관, 술집, 선물가게, 골동품점 등 온갖 종류의 상점들이 들어서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다멜 거리에서 유명한 것은 등산장비 상점이다. 팔기도 하지만 등산에 관한한 무엇이든 대여한다. 히말라야에 오르고 싶은 사람은 그 무거운 장비를 네팔에 다 갖고 올 필요가 없다. 이 골목에 있는 등산장비 가게에서 빌리기만 하면 된다.
사람도 빌려준다. 호텔이나 여관에 머물면서 “나 에베레스트 오르고 싶은데 안내자 좀 구할 수 없소?”라고 말하면 즉각 셰르파들이 달려와 등산안내 가격을 흥정한다. 특히 한국식당에서는 하숙도 치는데 식당주인에게 부탁하면 모든 것이 척척 해결이다. 한국의 등산 붐은 카트만두의 다멜 거리까지 연결되어 여기저기서 단체관광 온 한국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한국인들은 몇 명이나 될까. 자그마치 102명에 이른다. 정상에 오른 한국인들이 많은 이유는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8,848m)나 칸첸중가(8,586m)등 히말라야 고산의 정상에 오르려면 네팔정부에 정상 등반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에베레스트의 경우 1인당 1만 달러 정도 된다. 거기에 셰르파 고용, 최신형 통신장비 구매 등 경비를 합치면 10만 달러에서 20만 달러가 든다.
돈 없으면 히말라야 정상에 오르지 못한다. 14좌 등반을 하려면 든든한 스폰서가 뒤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스위스나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에 알피니스트가 많아도 14좌는 돈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정상에 거의 가까이 갔다가 악천후 등으로 돌아오게 되는 경우 알피니스트가 스폰서에게 짊어지는 부담감은 엄청나다. 정상을 다시 공격하려면 스폰서가 또 경비를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14좌를 등반한 한국인은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 등 3명이며 대한산악연맹이 엊그제 오은선의 등반을 인정 못하겠다고 발표해 말썽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알피니스트들이 종종 정상 못 미치는 지점에서 사진 찍고 정상에 오른 것처럼 부풀리는 이면에는 돈 문제가 숨겨져 있다. 게다가 가이드인 셰르파는 정상에 오르면 보통 보너스로 1만 달러 정도 받기 때문에 정상근처에 간 것을 정상으로 눈감아 주는 예가 발생하게 된다.
정상 정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진이다. 정상에서 사방을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사진 없으면 피땀 흘려 이룬 정상 정복이 의심을 받게 된다. 사진촬영에 실패하는 이유는 기온이 너무 떨어지면 카메라의 배터리 성능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피니스트들은 배터리를 따로 가슴에 품고 다니는데 이 같은 자세도 극한 온도에서는 카메라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이 경우 GPS에 고도를 기록하거나 자신의 소지품을 현장에 놓고 오거나 남이 남겨놓은 물건을 갖고 내려온다.
오은선의 케이스는 위의 어느 것도 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대한산악연맹의 인정을 못받게 된 것인데 그의 반응이 더 심각하다. “칸첸중가를 올랐다는 사람들이 나를 심사한 모양인데 어디 그 사람들이 칸첸중가 정상에서 찍은 사진 있으면 내놔봐” 이렇게 나온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선배들도 다 그렇게 그렇게 정상 정복한 것 나도 알고 있는데 왜 내 케이스만 가지고 진실게임을 벌이는가. 조사하려면 이판에 공평하게 모두 조사해보자”는 소리로도 해석된다. 오은선 진실게임은 잘못하면 한국산악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 일파만파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산악계가 지뢰밭으로 들어가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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