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텍사스주 변경에 있는 멕시코도시 누에보 라레도에서 멕시코정부군과 마약갱단 사이에 5시간에 걸친 시가전이 벌어져 민간인 12명이 죽고 20여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대낮에 벌어졌다. 누에보 라레도는 국제공항을 갖춘 상업도시이며 3개 TV방송국, 4개 신문사, 7개 방송국이 있는 인구 35만의 도시다.
그런데 기막힌 일은 이 엄청난 사건이 현지 매스컴에 한줄도 보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 마약단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칼데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지난 4년 동안 멕시코에서는 30여명의 기자가 마약사건을 취재하다 숨졌으며 민간인 등 2만5,000명이 숨졌다. 이라크, 아프간의 미군전사자를 능가하는 숫자다. 엊그제는 듀랑고주에서 4명의 기자가 마약단에 납치된 후 2명은 정부군에 의해 구출되고 2명은 아직도 생사불명이다. 왜 납치 되었느냐의 스토리가 상상을 불허한다.
지난 7월17일 멕시코 북부 토레온이라는 도시에서 생일파티를 하던 청년 17명이 마약갱단의 습격을 받고 처참하게 집뜰 안에서 처형당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들을 처형한 살인범들이 교도소 내에 수감 중인 마약범들이었다. 뇌물을 받은 교도관들이 마약범들을 몇시간 동안 풀어준 것이다. 더구나 교도관 소지의 무기까지 빌려 주었다. 이들은 범행을 저지른 후 교도소에 다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고 있다. 이같은 스토리를 알아낸 기자 몇 명이 사실을 보도하려하자 마약조직 범죄단이 매스컴에 겁주기 위해 기자 4명을 납치한 것이다. 이정도면 가히 무법천지의 나라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3년 전 필자가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를 관광여행 했을 때의 일이다. 가이드의 “무엇을 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서울의 남대문시장 같은 것이 여기에도 있다는데 한번 멕시코시장 구경하자”고 제의 했더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안된다는 것이다. 대낮에도 시장 한복판에서 관광객에게 권총을 들이대는 강도사건이 빈번하기 때문에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밤에는 호텔 문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택시도 호텔에서 부르는 것 이외에는 절대 타지 말라고 했다. 택시 운전기사가 갑자기 강도로 변해 손님을 턴다는 것이다. 몇 년전 주부들이 중심이 된 100만 여명의 멕시코시티 시민들이 “불안해서 못 살겠다”라는 데모를 벌인 적이 있는데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주 멕시코 연방경찰은 베라크루스주에서 98명의 지방 경찰관을 마약범죄 관련혐의로 체포했으며 샌디에고와 인접한 바하 캘리포니니아 주에서는 48명의 멕시코 경찰관들이 마약범죄단 비호 혐의로 구속 되었다. 멕시코가 점점 콜롬비아화 되어가고 있다. 공무원들의 부패가 치안부재의 원인이다. 그리고 공무원 부패는 이들의 저임금 때문이다. 경찰관 봉급이 한달에 250-400달러라니 마약 범죄단의 유혹에 견디기 힘든 것이 멕시코의 현실이다.
티화나를 자동차 여행한 한인들은 누구나 한번씩 교통경찰의 막무가내 검문에 시달려 돈을 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나라가 바로 멕시코다. 미국은 북쪽에 캐나다, 남쪽에 멕시코를 이웃으로 두고 있지만 두 이웃의 사회 분위기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멕시코가 잘사는 나라라면 기를 쓰고 미국으로 넘어오는 불법체류자가 지금처럼 넘쳐날까. 멕시코 경찰관들의 봉급이 생활안정 수준에 이른다면 경찰관의 조직범죄관련 부패가 가능할까. 다 나라가 가난한 탓이다. 나라가 잘 살아야 치안도 안정된다는 것을 멕시코가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한심한 시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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