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속담에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세가지가 있다”는 말이 있다. 시위 떠난 화살과 쏟아낸 말과 놓쳐버린 기회가 그것이다. 요즘 한국에서 국회의원 K모씨가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줘야 한다”는 등의 여성비하 발언을 해 국회의원직 사퇴에까지 몰리고 있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해명이 먹혀들지를 않는다.
‘윤필용 사건’의 주인공 윤필용씨(전 수도경비사령관)가 엊그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하나회’의 대부이며 사실상 ‘하나회’를 만든 인물이다. ‘윤필용 사건’은 1970년대에 수많은 군 장성들과 엘리트 영관급 장교들을 감옥에 보내는 등 군 숙정바람을 몰고 왔었다. 박정희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서슬 시퍼런 윤필용 사령관이 왜 거세당했을까. 그가 쏟아버린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나는 당시 이 사건을 직접 취재했었기 때문에 그 진상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사건의 앞뒤는 이렇다.
1970년에 들어서자마자 박정희 대통령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간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이는 육영수여사로부터 박종규 경호실장에게 “대통령한테 술을 권하지 말아 달라”라는 부탁이 있었고 그 후부터 박실장이 대통령과의 만찬자리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각하에게 술을 권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린데서 시작되었다. 어떤 장관이 이를 어기고 박대통령에게 술을 권하다가 박실장에게 끌려 나가 따귀를 맞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박대통령의 간 악화 소문이 암암리 집권층 내에 퍼지자 수경사령관인 윤필용씨가 이후락 정보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각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유고를 의미) 후계자가 없는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국가적인 대혼란이 생길 것이다.
이제는 각하가 후계자를 정해 만약에 대비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이 “윤필용이 박대통령의 건강악화 소문을 퍼뜨리고 후계자 옹립을 위한 쿠데타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소문나 박대통령으로부터 철퇴를 맞은 것이다.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미치광이를 지니고 있다. 이 미치광이가 술을 먹거나 흥분하면 입을 통해 말로 나타난다. 인간은 말을 함으로써 만물의 영장이지만 말을 잘못하면 동물 이하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LA동쪽 팜 스프링스 근처에 조수아 내셔널 팍이 있다. 이 국립공원 안에 ‘촐라 선인장 가든’이 있는데 이 촐라 선인장은 옆에 누가 가까이 오면 선인장의 바늘이 수십 개씩 날아와 옷에 꽂힌다. 더욱이 날아온 선인장 바늘이 살아서 움직이며 뽑으려 들면 점점 더 파고들어 피부에 박힌다. 그저 빨리 옷을 벗어 던져버리는 수밖에 없다.
말도 이와 같다. 바늘적인 요소가 강할수록 ‘촐라 선인장’처럼 점점 파고들며 상대방에 상처를 준다. 링컨과 톨스토이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부인이 어떤 여성들이었는가. 모두가 말로써 남편에 상처를 준 사람들이었다. 현모였을지는 몰라도 악처였다. 여성은 아름다운 옷보다 아름다운 말이 미녀를 만든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요, 초상화다. 상대방의 호감을 사려면 말을 뛰어나게 잘하든지 그렇지 못하면 아예 입을 다물 일이다. 자기 말에 도취해 정신없이 떠드는 사람은 피곤한 사람이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한국의 K모 국회의원도 본인은 말을 잘한다고 믿을지 모르나 피곤한 사람이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을 수 있지만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질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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