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을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이 어느덧 종반을 달리고 있다. 한국 대표팀이 8강 문턱에서 좌절해 아쉽긴 하지만 그동안 일부 한인업소들은 모처럼의 월드컵 특수를 맞는 등 업계에 화색이 돌았었다.
아침 일찍 한국 경기가 열리면 경기 후 아침식사를 하려는 손님들로 식당이 붐볐고 낮 경기를 하는 날엔 경기 전 ‘치킨 투고’ 및 배달 주문이 평소에 비해 3배 이상 몰렸다는 것이 한인 업주들의 전언이었다.
한인 업소를 타인종 고객들에게 알리는 절호의 기회를 살려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업소들도 있었다. 독일의 포돌스키 선수를 좋아한다는 인도인, 어머니의 조국이 아르헨티나라는 오리건 출신의 간호사, ‘신의 손’ 마라도나가 괘씸해 25년간 아르헨티나의 상대팀을 무조건 응원한다는 영국인 기자.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축구를 응원하는 한인 친지들의 손에 이끌려 한인 업소를 찾았다는 것이다.
붉은 티셔츠까지 갖춰 입고 한국을 응원하는 이들 뿐 아니라, 한국응원단을 취재하려는 로컬 방송국의 취재진을 통해 이번 월드컵 기간 중 한인 업소들과 한인 커뮤니티는 모처럼 타인종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됐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특수를 대부분의 한인업소들이 누린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응원 장소를 제공하고 주류 무료 제공 등 각종 이벤트를 준비한 업소들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톡톡히 이름을 알렸고 손님들을 끌어들이기도 했지만 이솝우화 속 넋 놓고 포도가 떨어지기를 기다린 여우처럼 ‘손님이 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월드컵을 백분 활용하지 못한 업소들이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은 아쉽다.
한 식당 관계자는 “인근 업주들이 연합해 이벤트와 할인행사를 진행했다면 축제 분위기를 매상증대로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식 세계화를 부르짖고 불경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코리아타운, 코리아 커뮤니티를 알릴 수 있는 보기 드문 특수를 그냥 흘려보내는 업주들을 보면 사실 답답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미국 대 가나 전 때 방문했던 한 타인종 업소가 생각난다. 대형 화면과 해피 아워 때문인지 내부는 발 디딜 틈 없었고 컵이 동이 나 일회용 컵에 맥주를 마셔야 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많은 한인업소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희은 / 뉴욕지사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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