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미연방 고용기회균등국(EEOC)이 매우 흥미있는 발표를 했다. 간추린 발표전문은 다음과 같다.
“한국에 본부를 두고 LA 코리아타운에 진출한 레스토랑 ‘칠보면옥’은 성희롱과 관련해 종업원들에게 17만 달러를 보상키로 했다. EEOC 조사에 의하면 이 레스토랑의 매니저는 웨이트리스들에게 자주 성적인 접촉을 시도했으며 끌어안거나 키스를 시도해 그중 4명의 웨이트리스들이 성희롱을 피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칠보면옥 여종업원들이 성희롱 사건을 당국에 고발한 용기는 권장할만한 일이며 이민사회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문화의 장벽을 넘은 승리다. 특히 칠보면옥 업주가 이 사건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고 앞으로 성희롱 예방 계몽운동을 벌이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 EEOC는 기쁘게 생각한다“
성희롱 고발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발 당사자는 “왜 직장을 온통 시끄럽게 일을 만드는가”라는 원망을 윗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로부터 자아내기 마련이며 배신자 취급을 당하기 쉽다. 그래서 여성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입을 다문다.
‘칠보면옥’ 케이스는 비즈니스를 경영하는 미주 한인 업주들이 가십으로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종업원간에 일어나는 성희롱은 업주가 배상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칠보면옥’도 매니저의 잘못으로 업주가 17만 달러나 물게 된 것이다. 영세상의 경우 잘못하면 하루아침에 가게를 날리게 된다.
더구나 성희롱은 가해자 당사자가 전혀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도 케이스가 성립된다는 사실이다. “요즘 살쪘네” “여자는 요부 같은 데가 있어야 돼”등등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뱉은 한마디가 상대방을 수치스럽게 느끼게 했다면 성희롱에 해당된다. 미국 보이스카웃에서는 요즘 지도위원이 소년들의 어께에 손을 얹는 것도 금하고 있다.
성희롱 풍토는 나라마다 다른데 한국문화에서는 성희롱을 성희롱으로 생각지 않는 일이 다반사다. 몇 년 전 한국의 관계당국이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여성공무원을 상대로 성희롱 경험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5명중 1명이 육체적인 성희롱을, 절반이 언어에 의한 성희롱을 겪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한국은 성희롱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에 하나다.
이런 일도 있었다. 골프장 식당에서 손님이 웨이트리스에게 술을 권하며 ‘러브 샷’(팔을 끼고 마시는 것)을 요구했다. 여종업원이 이를 거절하자 골프장 사장과 친한 이 골퍼는 지배인을 불러 “회원들의 회식분위기를 망치는 이런 웨이트리스는 당장 잘라야 한다”면서 큰소리치다가 고소당해 법정에 섰는데 문제는 벌금이 몇 십만원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한국의 성희롱 보상금 액수는 미국에 비해 엄청나게 적다.
미주 한인업소에서는 히스패닉 여성들이 종업원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업주가 성희롱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 특히 남자 매니저들이 말을 조심해야 한다. 또한 한국인이 많은 직장에서는 회식이 잦기 때문에 성희롱 사건이 일어나기 쉬운 풍토다.
직원들 간에 성희롱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남자직원 채용 때 성희롱 금지를 우선조건으로 내걸어야하며 직장 내에서 자주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업주가 성희롱 가해자일 때는 어떻게 하나.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다른 종업원이 업주를 고발할 수 있다. 성희롱은 업주가 불법체류자 고용보다 몇 배나 더 신경 써야 할 골치 아픈 사항이다.
이철 / 고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