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을 처음 시작 했을 때의 일이다. 밤에 묵호항을 떠난 여객선이 새벽에 원산항에 입항하는데 항구정면 산 바위 위에 ‘선군정치 만세’라고 새겨져 있었다. 갑판에 나온 남한 관광객들은 “선군정치가 뭐지?”하며 의아해 했다.
갑판에 있었던 필자도 당시 ‘선군주의’라는 단어를 처음 보는지라 함께 간 일행들이 기자인 나에게 그 뜻을 물어왔으나 설명해 줄 수가 없었다. ‘선군주의’라는 단어가 1998년 3월 로동신문에 처음 등장 했으니까 1999년 당시만 해도 이 단어를 이해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 요즘 북한의 대남자세를 둘러싸고 ‘선군주의’라는 단어가 신문에 자주 등장한다. 도대체 북한의 선군주의란 무엇인가.
과거에는 공산주의 혁명의 기수가 노동자와 농민이었으나 선군주의는 군을 혁명의 주력으로 삼는 새로운 체제다. 다시 말해 군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이며 군대를 강화하는 정치체제를 의미한다. 이 체제는 김일성이 죽은 후 김정일이 개발한 새로운 정치체제다.
김일성시대를 ‘주체사상 시대’라고 부른다면 김정일 시대는 ‘선군주의 시대’다. 군이 최고다. 군 밑에 당이 있다. 군사령관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격이고 모든 중요국사를 군사령관이 결정한다. 김정일이 주석이나 총리가 아니라 ‘국방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왜 선군주의가 등장 했을까. 유럽에서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김일성이 사망한데 이어 남한에서 북한 흡수통일을 준비하고 있는데 대한 대응책이고 특히 김일성 일가 후계체제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젊고 경험이 모자라는 후계자가 인민과 군의 지지를 얻으려면 준전시상황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며 아마도 김정일은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체스쿠 일가가 어떤 비참한 최후를 맞았는지를 보았을 것이다. 여기에서 그는 군사력만이 체제수호를 가능케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준전시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적개념을 만들어 낸 후 항상 긴장상태에 놓여 있어야 한다. 북한의 대남공격 전략은 어떤 내용인가. 김일성이 살아생전 북한이 남한과 전쟁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밝힌 적이 있다.
“조선은 산과 강, 하천이 많고 해안선이 길다. 이같은 지형조건을 잘 이용하려면 산악전과 야간전투를 잘해야 하며 정규전과 유격전을 옳게 배합하면 최신 군사기술로 무장된 적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격멸할 수 있다”
김일성을 성인으로 받드는 북한은 그의 말에 쫓아 정규전과 유격전을 합한 배합전략을 남침전략의 기조로 삼고 있다. 이 전략은 증파미군이 도착하기 전 전차부대와 유격 특수부대를 땅굴 등을 통해 한국군 후방에 투입하여 속전속결로 끝낸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북한에서는 이를 ‘속도전’이라고 부르며 선제공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속도전에서는 누가 먼저 선제공격을 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그런데 한국이 북한을 선제공격 할 수 있을까. 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한 거의 불가능이다. 이것이 한국군의 아킬레스건이다. 장기전으로 들어가면 가난한 국력의 북한은 견딜 수가 없어 한국이 승리하겠지만 그때는 한반도가 초토화 된다. 결국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단기전인데 선제공격을 감행할 북한에게만 유리한 판국이다. 단기전에서는 질보다 양이다. 북한군의 장비가 고물이라고 우습게 볼일이 아니다. 단기전에서는 고물병기도 굉장한 위협이다.
이철 / 고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