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이 말끝마다 “전면전” 운운하고 있다. 더구나 오늘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평통은 남측당국과의 모든 관계 단절을 발표하면서 ‘북남 불가침합의 전면폐기’를 선언했다. 벼랑 끝까지 가겠다는 이야기이고 “한판 붙어보자”는 자세다.
북한의 전쟁을 들먹이는 공갈협박성 언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4년 3월1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실무자 회담에서다. 여기서 그 악명 높은 “서울도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박영수(북한측 대표단장)의 발언이 튀어 나왔었다. 박영수는 남한이 북남관계를 대결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대화에는 대화, 전쟁에는 전쟁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되고 송선생(남측 송영대대표)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공갈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서울은 불바다가 되고 송선생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말의 뜻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를 의미한다. 이 발언은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북한 핵사찰이 진행되던 1994년에 등장했으니까 지하핵실험을 하기 훨씬 이전의 이야기다. 그런데도 마치 핵폭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허풍을 떨어 댄 것이다. 하물며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금 북한이 남북한 긴장상태에서 앞으로 어떤 자세로 나올지는 가히 짐작이 가는 일이다. “전면전 각오하라”가 이들의 18번 구호가 될 것이다.
한국은 북한보다 150배나 잘사는 나라인데 북한의 공갈협박에 항상 질질 끌려다니다 마침내 엊그제 대통령이 자위권 발동을 언급 하는 등 오랜만에 이명박 대통령이 박력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말이 곧 그 사람의 인격인 것처럼 국가의 선언은 그 나라의 수준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럭비공 같은 나라다. 특히 핵무기 개발 이후에는 그 오만함과 허풍이 이만저만이 아니며 한국 국민들이 수없이 수모를 참아왔다.
한반도의 긴장도수가 갑자기 수은주의 끝으로 치솟고 있다. 인민군 중부사령관이 남한의 대북방송 재개에 대해 그 시설물을 직접 조준격파 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니 보통 일은 아니다. 한국의 원로군인, 정치인들은 이명박대통령이 마련한 자문회의에서 “평화를 위한다면 전쟁을 두려워하면 안되고 전면전에도 대비해야 된다”고 충고해 남북 무력충돌도 각오하라는 식으로 정부의 강경자세를 주문했다.
그런데 해외에서 한국을 바라보면 정말 이해가 안되는 것이 한가지 있다. 북한이 무슨 행동을 하든 남북긴장에 무관심한 사실이다. 전쟁? 웃기는 소리. 북한이 그저 한마디 한걸 가지고 뭘 그래. 이런 식이다. 김대중-노무현 집권 10년의 후유증이다.
어젯밤 서울에 있는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어 “거기 요즘 뒤숭숭 하겠구나” 했더니 “우린 전혀 그런 것 못 느끼겠어” 한다. “설마 전쟁이야 나겠어?”하는 사고방식의 매너리즘에 빠져있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북한과 한판 붙을 수 있을까. 국민들의 정신이 너무 풀어져 있다.
대통령은 자위권 발동까지 언급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데 국민들의 표정은 전혀 그게 아니다. 더구나 군인들의 표정에도 일촉즉발의 위기에 임하는 심각함이 전혀 없다. 대통령과 장관들만 긴장하는 인상이다. 국민들이 정신적으로 남북대결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보인다. 위기에 있으면서 위기를 보지 못하는 것, 이것이 한국의 진짜 위기다.
이철 /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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