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미주한인들이 북한의 묘향산을 단체관광 갔었다. 평양 근교에 있는 묘향산에는 ‘김일성 기념관’과 ‘김정일 기념관’이 있다. 이 두 기념관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평소 사용하던 소지품과 외국 국가원수들로부터 받은 기념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관심의 초점은 기념관 기능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데 있다. 기념관은 유사시 핵전쟁 지휘사령부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김일성 기념관은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는 NORAD(북미 방공사령부)처럼 산속을 뚫고 다시 지하터널에 만들어 놓은 엄청난 요새였다. 입구의 문도 2미터 두께의 철문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엉뚱한 일이 묘향산 관광도중에서 벌어졌다. 쉬는 시간에 묘향산 김일성기념관 관리직원이 기념관의 위용을 자랑하며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다고 설명하자 미주한인 노인 한분 왈 “당신들 미국이 지하벙커 뚫는 특수 로케트 폭탄을 개발한 것 모르는 모양이군”하고 한마디 했다. 그랬더니 기념관 관리직원이 열을 올리며 “미국이요? 우린 미국 우습게 봅네다. 그깐 놈들 아무것도 아니야요. 종이호랑이라구요. 지금 미국하고 맞붙는 나라는 우리 공화국(북한) 빼놓고 세상 어디 있습네까”라고 큰소리쳤다.
그러자 미주노인이 또 한마디 했다. “미국이 종이 호랑이면 그럼 남한은 무엇이요?”라고 비꼬는 어조로 물으니까 관리직원은 목소리를 낮추면서 “남한은 정신무장이 엉망이야요. 한마디로 남한은 ???????시요”라는 것이 아닌가. 이 말에 흥분한 미주노인이 언성을 높여 또 무슨 대꾸를 하려하자 같이 간 우리 일행이 당황해 그를 말려 다른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미국은 종이 호랑이라. 남한은 정신무장이 엉망이고 썩었느니라. 이것이 북한 관료층의 일반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그후 여러 북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이 미국을 종이호랑이로 생각하는 것은 이들이 납치한 미정보함 푸에블로 호를 대동강변에 전시 해놓고 으스대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천안함 침몰사건은 한국군의 좌표를 그대로 들어냈으며 대오각성 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천안함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수중 비접촉 폭발에 의한 것이라면 기뢰를 의미하는 것인데 어떻게 각종장비를 갖춘 초계함이 그것도 발견하지 못한단 말인가.
새떼를 적함으로 알고 포격을 가했다는 소리는 또 무슨 우스개인가. 작전 지휘권을 갖고 있는 합참의장이 사건발생 49분 만에 보고 받았다니 이건 어디 군대인가. 국방장관이 무슨 일이 일어난 지도 모르고 안보회의장으로 달려 왔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군사령관인 이명박 대통령이 “군이 매너리즘에 빠져있다”고 말할 정도면 한국군의 정신무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묘향산 기념관 북한 관리인이 자신있게 정의를 내리던 남한의 정신무장 해이가 사실임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한국군은 월남전이후 너무 오랜 동안 평화무드에 빠져 전쟁에 대비한 군대 같지가 않다. 장교들도 외출 때는 군복 입기를 꺼려하고 심지어 몇 년전에는 육사출신 장교가 은행 강도로 돌변한 기막힌 일도 있었다. 군인이 군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이래서야 어떻게 북한도발에 대비 하겠는가. 천안함 침몰은 북한만 규탄할 일이 아니라 한국군도 규탄 받아야 한다.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철 /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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