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음악회가 자주 열리면 얼마나 좋을까.
리처드 용재 오닐이 LA 한인타운에서 가진 첫 연주회는 무척 감동적이었다. 17일 저녁 앤드류샤이어 갤러리에서 열린 실내악단 ‘카메라타 퍼시피카’ 후원 콘서트에 참석한 60여명의 한인들은 작은 음악회가 주는 정겨움과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의 음악을 코앞에서 듣는 특별함, 작곡가 후앙 루오의 신곡을 세계 초연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는 자랑스러움, 그리고 ‘스타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을 직접 마주하고 있다는 기쁨으로 다들 들뜬 모습이었다. 게다가 ‘마인드 게임 III’란 제목의 7인전이 열리고 있는 앤드류샤이어 갤러리는 분위기마저 실내악 연주에 더할 수 없이 환상적인 무대였다.
용재 오닐은 처음에 플루티스트 애드리안 스펜스와 함께 프랑수아 드비엔(Francois Devienne)의 ‘비올라와 플룻을 위한 듀엣’을 연주했고, 이어 바흐의 C 장조 쉬트를 독주한 다음 후앙 루오의 신곡 ‘잊혀진 책의 노래’(The Song of the Forgotten)를 오보이스트 니콜라스 대니얼과 함께 연주했다.
4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비올라와 오보라는 악기가 낼 수 있는 소리의 한계를 시험하는 곡 같았다. 오보는 서양피리와 한국피리와 중국피리를 넘나드는 소리를 무한정 만들어내었고, 비올라는 깊고 굵게 현을 긁으며 듣는 이의 마음 바닥을 긁어대고 혼을 휘젓더니, 두 악기가 독백하기도 하고 대화하기도 하고 언성을 높여 싸우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려가다가 끝으로는 두 악기가 믿을 수 없으리만치 같은 소리를 내면서 격정적인 피날레를 맺었다.
이날 연주회에는 후앙 루오도 참석했는데 그는 이 초연에 완전히 만족한 듯 환하게 웃으며 두 연주자를 열렬히 포옹하고 계속 칭찬과 감사를 표했다. 그는 “서양의 현대음악을 공부하면서 동양음악이 현대음악이 된다면 어떤 곡이 될까를 상상하며 써본 곡”이라고 말하고 “맥이 끊긴 옛날의 것, 과거에서 현대로 이어지지 않고 어느 틈에 사라진 전통의 어떤 것을 표현한 추상적이며 입체적인 곡”이라고 설명했다.
앙코르곡으로 용재 오닐은 가슴 저미는 솔로 곡 ‘섬집 아기’를 연주했다. 그가 한국 사람들을 위한 연주에서 자주 들려주는 곡으로, 쓸쓸한 그리움과 애잔함에 눈물이 핑 도는 곡이다.
리처드 용재 오닐의 연주는 5월13일 오후 8시 다운타운 지퍼홀에서 열리는 카메라타 퍼시피카의 이번 시즌 마지막 공연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이날은 드비엔과 라이네케, 요크 보웬, 슈만의 곡들을 연주한다.
<정숙희 기자>
리처드 용재 오닐(왼쪽)과 니콜라스 대니얼의 연주에 앞서 작곡가 후앙 루오(오른쪽)가 곡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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