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에 일본 자민당 간부들이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주석을 면담한 적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일성은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한마디 하고 싶다. 우리 아들의 부모에 대한 효심은 정말 대단하다. 다른 사람들이 본받을 만하다”라고 김정일을 칭찬했다고 한다. 당시 일본신문들은 이 사실을 대서특필 보도 했었다.
김정일 효심은 아버지(김일성)를 비난하는 자신의 참모를 즉석에서 처형할 정도다. 남한으로 귀순했던 이한영(김정일의 처조카)이 ‘대동강 로얄 패밀리’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힌 적이 있다. 이한영에 의하면 어느 잔치마당에서 술에 취한 김정일의 부속실장이 정권을 자식에게 빨리 물려주지 않는 아버지(김일성)를 비난하며 “김정일 수령 만세”를 부르자 당황한 김정일이 달려가 “그만하라”고 주의를 주었었으나 계속하자 그 자리에서 권총을 꺼내 부속실장을 사살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한영은 김정일의 노여움을 사 후일 북한간첩으로 보이는 괴한들에 의해 살해 되었다.
이런 효심(?)을 가진 김정일이 오는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모든 2세들의 공통된 자세이지만 그도 아버지 때보다 자신의 집권시절 무언가 나아졌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할 처지에 몰려있다.
‘김일성시대’보다 ‘김정일시대’가 나아진 것이 무엇일까. 핵보유 운운하며 유명해지기는 했으나 동시에 ‘세계의 문제아’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었다. 민생과 경제는 엉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김정일이 2012년을 ‘강성대국의 해’로 선언하고 나온 것이다. 경제가 번창하는 강성대국이 아니라 군사력을 더욱 강화하는 강성대국을 만들겠다는 의지표시다.
오극렬 등 고참 강경파 군부세력을 다시 등장 시키고 진급을 통해 군 장성을 대량생산한 것은 군부위주의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신호탄이며 이는 김정일체제가 그만큼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일이 2012년을 ‘강성대국의 해’로 선언하고 군부가 세력을 다시 장악한 이상 앞으로 남한에 대해 도발을 계속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군부는 김정일에게 무언가 보여 주어야 하고 김정일은 강성대국이 무엇인가를 인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입장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에 보여줄 것이 그것 이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다 해도 북한의 도발은 계속될 것이다. 강성대국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대통령의 군사령관으로서의 능력이 계속 시험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MB는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가 몸에 밴 정치인이다.
감정적이 아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의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또 다른 형태의 도발을 저지를 때는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이 어떻게 될까. 그때는 결단을 내려야하는데 거기에는 ‘한국경제 발전을 희생 시키더라도’라는 전제가 붙는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은 3가지의 압력에 시달린다. 첫째는 국민으로부터의 압력이고, 두 번째는 부하인 군으로부터 올라오는 압력이고, 세 번째는 적으로부터의 압력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세 번째인 ‘적으로부터의 압력’이 재임시절 내내 그를 괴롭힐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김정일은 보이지 않는 군부로부터의 압력에 시달릴 것이다. 두 지도자가 이 압력에 대해 뭔가 보여주려고 오버액션을 할 때 한반도에서 수습할 수 없는 큰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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