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1월19일 동해에서 고기잡이 어선들을 보호하던 한국해군 초계정 56함(당포함)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북한군 해안포대의 집중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기습적인 포격을 받은 56함은 승조원 79명 가운데 40명은 살아남고 39명은 전사했다. 이 사건은 휴전 후 북한이 저지른 최대 규모의 도발이었다.
필자는 당시 국방부 출입기자였기 때문에 사건의 전모와 한미 간의 작전권을 둘러싼 마찰 분위기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한국 전투기들은 북한군 해안포대를 부수어 버리려고 일제히 동해로 출격 했으나 한반도의 작전지휘권을 갖고 있는 본스틸 유엔군 사령관이 보복공격을 완강히 반대했다.
북한의 도전에 보복하지 않으면 더 큰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한국 군수뇌의 주장은 현실로 펼쳐졌다. 68년 1월 원산 앞바다에서 미정보 수집함 푸에블로호가 납치 되었다. 미해군 함정을 납치해 북한이 하루아침 유명해졌다. 미국은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기는커녕 푸에블로호의 북한영해 침해를 인정하는 사과각서를 쓰고 승무원을 겨우 인수 받았다.
다음에 터진 북한군 도발은 76년 8월 판문점 도끼만행이다. 초소의 시야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인부들을 데리고 판문점에서 미루나무를 자르던 미군 장교 2명이 몰려온 30여명의 인민군으로부터 구타당한 후 도끼에 찍혀 숨졌다. 이때는 미국이 극도로 화가 났다. 2개 전투비행단을 한국에 급파하고 7함대가 진입해 전쟁일보직전 분위기가 형성되자 다급해진 김일성이 예외적으로 직접 사과각서를 써 일단락되었다.
그 다음이 83년 10월의 아웅산 폭발사건이다. 전두환 대통령부부는 참사를 피했으나 수행 참모진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 전쟁을 하려면 국민의 정신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당시의 신군부는 광주후유증을 앓고 있어 북한과의 대결준비가 국내적으로 되어있지 않았다.
이어 87년 11월 KAL858기 공중폭파사건이 일어났으나 서울올림픽을 앞둔 한국으로서는 한판대결을 벌일 수도 없었고 이 분위기를 역이용해 노태우씨가 민주인사들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한국의 대통령이 남북충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를 가장 잘 보여준 것이 94년 6월 미국의 북한 영변핵시설 폭격준비 케이스다. 김영삼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전쟁나면 경제는 파탄이 납니다. 전쟁은 절대 안됩니다”라고 클린턴에게 항의했다고 그의 자서전에서 밝히고 있다. 그리고 연평해전으로 이어지다가 최근의 천안함 사건이 터진 것이다.
결국 휴전이후 한국은 북한의 도발에 한번도 시원스럽게 대응 못하고 당하기만 해왔다. 왜 참을 수밖에 없었는가. 한국경제가 인질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56함 사건과 판문점 도끼만행은 국지적 군사충돌이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이 일전을 각오하고 보복공격 했어야 했다. 그때는 한국경제가 지금처럼 인질로 잡혀있지 않았을 때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어찌할 것인가. 이명박대통령은 “조사결과가 나오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지만 어떻게? 북한이 부인하는 데야 묘안이 없다. 북한의 만행은 핵무기를 배경으로 “이래도 돈 안 가져 올래?” 하는 식으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결국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문제점은 “이 문제아를 어떻게 잠재우느냐”이고 그것은 보복공격과는 거리가 먼 북한지원이라는 엉뚱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공갈협박에 미소로 맞대응 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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