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민주당의 의료보험 개혁안이 의회에서 부결되었더라면 오바마 대통령이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무능한 대통령으로 낙인 찍혔을 것이다. 말만 번지르르 하고 실무능력은 전혀 없는 지도자로 꼽혔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표를 던진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사람 잘못 뽑았네”하는 후회와 함께 “오바마는 과연 국정수행 능력이 있는 정치인인가”하는 의문을 갖게 했을 것이다.
공화당과 극우보수 세력이 지금까지 펼쳐온 오바마 흠내기 작전은 한마디로 “오바마는 국정수행 능력이 없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젊은 햇병아리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았다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심는데 성공만 한다면 11월 중간선거에서의 압승은 보장 받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다시 장악하려면 상원에서 10석, 하원에서 40석을 민주당으로부터 빼앗아 와야 한다.
더구나 오바마는 미국역사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흑인 대통령이다. 그의 실패는 “역시 흑인은 별수 없네”하는 흑인 커뮤니티 이미지 상처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건보개혁안 의회통과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있어 노르망디 상륙작전이고 죽느냐 사느냐의 정치생명을 건 올인 베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오바마 스타일은 항상 미소 지으며 다른 사람과의 마찰도 피하는 “좋은 게 좋다”는 온화한 정치인 타입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이번에 달랐다. 의보개혁안 협상 막판에 그는 박력있는 협상력과 지도력을 발휘 했으며 매서추세츠 상원선거의 패배이후 위기의식을 느껴 민주당의 롤백 작전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나섰다. 그는 국정 수행능력이 있는 대통령이라는 것을 충분히 증명 했으며 오바마 이미지의 전혀 다른 면을 보여 주었다.
의보개혁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오바마와 보험회사의 전쟁이다. 미국 정계에서 군수산업과 보험이 갖는 로비파워는 막강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다. 보험개혁을 100년 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이룩하지 못한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을 오바마 대통령이 해냈다는 것은 그가 외친 “Change”와 “Yes, we can”이 헛구호가 아니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는 워싱턴의 기존질서를 부셔버리는 새로운 질서의 시작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산다는 미국에서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에 못가는 시민이 많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캘리포니아의 경우 4명중 1명이 무보험자인 것으로 나타나 있으며 영세업소를 운영하는 한인들 중에는 무보험자가 너무나 많다. 또 중병인 사람은 보험가입 심사에서 제외되고 돈 없으면 치료 받다가 보험에서 쫓겨나는 현실 등은 외국인들도 이해 못하는 미국의 부끄러운 기현상이다. 건강한 사람들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이상한 보험제도가 바로 미국보험이다. 예산적자가 문제가 아니라 국격의 문제다.
그러나 오바마의 승리는 극우보수와 공화당의 극한투쟁을 유발할 것이며 의보개혁을 반대하는 백인 중산층이 많아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짙다. 전통적으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중간선거에서 지기 마련이다.
‘오바마 승리’는 ‘오바마 증오’를 더욱 부채질 할 것이다. 그리고 보수 진보의 대결은 극한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 역사적인 과업이 성취 되었으나 살벌해질 미국정치의 분위기가 걱정이다.
이철 /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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