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침몰한다”고 주장한 일본 재계의 거물이 있다. 그 발언의 주인공이 바로 도요타 회장(1999-2006)을 지낸 히로시 오쿠다이기 때문에 놀랍기까지 하다. 오쿠다회장은 ‘도요타의 기적’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도요타 회장직을 물러난 후 2006년 7월 니케이 비즈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이 침몰하고 있다고 과감하게 지적한 것이다. 그는 그 이유로 다음 세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제조상품의 품질 붕괴다. 일본의 제조업은 실물을 확인하는 현장주의에 생명력이 있는 것인데 지금은 많은 부분이 인터넷으로 해결되고 있어 현장확인이 약해졌다. 이는 회사마다 지나친 경비절약 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둘째는 외국인 고용기피 현상이다. 일본이 세계시장을 장악하려면 우수한 두뇌를 영입해야 하는데 자국의 노인과 부녀자 등 싸구려 노동력에만 집중하는 폐쇄성을 보이고 있다. 이래가지고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셋째는 장수인구의 증가로 인한 막대한 사회보장비용의 증가현상이다. 여기에 출산율까지 떨어져 이중적인 국력소모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해결 하려면 소비세를 인상해야 하는데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 결단을 못 내리고 있다는 점 등을 침몰이유로 꼽았다.
오쿠다회장은 도요타회장만 지낸 인물이 아니다. 일본재계의 대표로 불리는 경단련 회장도 역임한 명실상부한 거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일본 침몰론’은 무게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세가지만 해결되면 과연 일본이 침몰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번 미 의회의 도요타 청문회에서 일본기업의 미스터리적인 여러 가지 체질이 노출 되었다. 그중 하나가 도요타 미주지역 사장을 지낸 짐 프레스의 증언이다. 그는 2006년 9월 일본 본사 중역들과 회의를 갖고 도요타 자동차의 품질과 안전문제의 심각성을 지적 했으나 반영되지 않았으며 이는 도요다(사람이름을 쓸 때는 ‘도요다’)가문 반대 세력이 회사를 장악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폭로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당신의 이 같은 건의가 최고 경영책임자에게 전달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프레스사장은 “그건 확인할 길이 없다”고 대답한 사실이다. 37년간이나 도요타에서 일한 미국현지 사장의 의견도 위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이건 보통 폐쇄적인 기업체질이 아니다.
도요타 차량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이 52명이나 된다는 미 도로교통안전 위원회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는 오히려 “도요타 차량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2류급 대답이다. 문제가 없는데 왜 사고가 자꾸 일어나는가. 기술자랑 할 때가 아니다. 도요타로 인해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에 대해 왜 그런 사고가 일어났는가 해명하는 명확한 무엇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게다가 일본은 헝그리 정신을 잃었다. 먹고 살만해지니까 편한 쪽으로만 쫓아가는 풍토가 사회에 형성되어 ‘억척’이란 단어가 촌스러운 표현으로 변해 버렸다. 젊은이들은 일 열심히 하는 직장을 원하지 않는다. “적당히 벌어 즐기면서 살자”가 청년층의 주된 생각이다. 로스앤젤레스 일식당에 가면 일본에서 온 많은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하고 있는데 이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면 일본이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왜 금메달이 하나도 없는지 이해가 간다.
일본은 2류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히로시 오쿠다 전 도요타회장이 지적한 품질붕괴, 외국인 고용기피, 사회보장비용 팽창 외에 국민들의 헝그리 정신 결핍과 기업의 폐쇄적 체질이 일본을 침몰 시키고 있다. ‘일본인 정신’이 시련을 맞고 있다.
이철 /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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