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하원에서 열린 도요타 청문회와 신문보도는 놀라움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하게 한다. 도요타를 운전하다 죽을 뻔 했거나 죽은 사람들의 유가족 증언들이 공개 되었다. 도요타를 많이 몰고 다니는 한인들에게는 가슴 서늘해지는 경험담들이다.
운전도중 갑자기 속력이 붙으며 시속 100마일로 차가 미친 듯이 질주한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서지 않는다. 이어 도요타측은 사고차를 검사한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진단을 내린 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술지식이 없는 경찰은 도요타측의 말을 믿고 운전자가 액셀레이터를 브레이크로 착각하여 밟은 것으로 처리하기 마련이다. 도요타 차량의 결함을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법정에서도 운전자의 과실로 판결이 나 징역형까지 치러야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운전자는 자신의 과실이 아님을 주장하지만 공룡인 도요타를 법으로 이길 수가 없다.
미네소타 주에 사는 라오스 계 이민 쿠아퐁 리(32)씨는 임신한 아내와 장인을 캠리에 태우고 가다 브레이크가 컨트롤이 안되는 바람에 다른 차를 들이받아 상대방 차의 3명을 즉사케해 8년형을 선고받고 지금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그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캠리(1996년 형)가 발작적(?)인 현상을 보여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으나 배심원들이 도요타측의 해명만 믿고 리씨의 과실로 판단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엊그제 LA 타임스 일요판에는 이와 비슷한 경우를 당한 한인 정모씨의 눈물겨운 사정이 실려 있다. 렉서스 RX 330을 몰고 가던 그는 차가 컨트롤이 안돼 앞차를 들이받고 상대방을 사망케 하는 바람에 처제를 잃고도 지금 징역형을 받을 위기에 놓여있다. 보스턴에 사는 최혜연 씨도 코롤라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채 도요타와 법정싸움을 13년 동안이나 벌이고 있다.
“도요타 없는 일본은 없다”로 표현될 정도로 ‘일본의 자랑’이었던 도요타가 지금은 ‘일본의 망신’으로 둔갑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일본인의 기업정신을 상징하는 표현 중에 ‘모노즈쿠리’라는 단어가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장인정신이다. 단어자체의 뜻은 “물건을 만든다”이지만 여기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뜻이 담겨있어 ‘장인정신’의 대명사로 사용된다. ‘모노즈쿠리’는 일본의 기업정신이며 고객 제일주의를 지향하는 제조문화의 핵심사상이다. 일본에 100년이 넘는 우동집이 많은 것은 이 ‘모노즈쿠리’ 때문이다.
도요타는 일본기업의 ‘모노즈쿠리’로 손꼽혀 왔다. 그러던 것이 세계자동차 업계의 1위를 목표로 내세우면서 생산량을 무리하게 확장하다보니 비정규직을 대폭 고용(작업 인원의 39.4%)하게 되고 숙련공인 정규직과의 보수차이도 심해 불만이 쌓인 층이 사내에 형성되었으며 ‘모노즈쿠리’가 작업현장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현상을 빚게 되었다. 더구나 총경비의 30% 절약을 회사정책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가격이 우선되어 품질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도 미 의회증언에서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다보니 멈춰서 생각할 틈이 없었던 것이 문제”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모노즈쿠리’ 없는 도요타는 이미 도요타가 아니다. 왜냐하면 도요타는 ‘모노즈쿠리’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소비자를 속이는 조치까지 서슴지 않았으니 1등을 해보려는 욕심에 눈이 멀어 버린 것이다. 장인정신인 ‘모노즈쿠리’는 결국 기술이 아니라 좋은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도요타가 이번에 일본인들에게 보여준 셈이다.
이철 /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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