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 간의 충돌이 요즈음 부쩍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인민폐 (위안화) 환율은 시장 가치에 따라 변동하는 것이 아니라 달러를 기준으로 정부에서 책정한다. 인민폐의 가치가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상호 무역 관계에 있어서 미국은 날이 갈수록 불리한 위치에 몰리고 있다.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WTO에 제소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일종의 경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미국은 양보를 하기는커녕 중국의 약점인 티베트의 망명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오바마가 만날 것을 발표 했고 그에 대한 중국의 신경질적인반응에도 불구하고 면담을 강행하였다.
오랫동안 물 밑에서 뜸을 드리던 미 언론계의 소위 “중국 때리기”가 시작된 듯 하다.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릿 저널이 약속이나 한 듯이 중국 정부의 인터넷 관련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다.
발단은 올해 초 인터넷 최대의 검색 엔진 회사인 구글이 중국 정부의 검열과 해킹 시도를 비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애초에 인터넷 검색에 대한 검열이라는 발상 자체에 강렬한 반감을 가졌으면서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던 구글은 중국 정부의 제한된 검열에 묵종하는 것을 조건으로 중국어판 구글을 열었다. 그 후 자사의 이메일 서비스인 지메일을 사용하는 중국 인권 운동 인사들의 어카운트가 해킹을 당하자 더 이상 중국 정부의 검열과 감시를 받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것이 관심을 이끄는 이유는 오랫동안 양측에서 충돌을 회피해 오던 “양보할 수 없는 핵심가치의 차이점”이 드디어 겉으로 들어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인들을 포함해서 서구의 많은 사람들이 막연히 가지고 있는 순진한 일종의 환상 중 하나는 어느 사회든 경제가 나아질수록 자유가 확산되고 결국에는 자유민주주의에 도달하게 마련이라는 생각이다. 어떤 의미에서 미국 사람들의 정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시 전 대통령은 1999년 “경제적 자유는 자유의 습관을 기른다. 자유의 습관은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를 가져온다… 중국과 자유교역을 증진하자. 시간은 우리 편이다” 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커다란 문제점이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역사는 꾸준히 “발전”한다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인 가치가 전 인류에 있어서 보편적이라는 신념이다.
하기는 인류의 평균 수명이 꾸준히 증가해온 듯이 보이고 민주주의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계몽주의에 뿌리를 둔 과학문명이 지난 250여년간 세계를 지배해온 데다가 공산주의 소련이 붕괴하였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 일리가 없지도 않을 것이나 역사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우선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하는 것이 많은 역사학자들의 결론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라지만 구석기 시대의 동굴벽화를 보고 그 시대 사람들의 화석에서 들어나는 건강 상태나 수명 등을 분석해 볼 때 과연 현재의 인류가 그들보다 더 나은 질의 삶을 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 한 예이다.
두 번째로 서구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대의 민주정치, 언론과 종교의 자유, 사유재산권 등의 개념은 중세 말부터 유럽에서 개발되어 온 서방 기독교문명의 독특한 산물이라는 것을 쉽게 잊는 경향이다.
비록 아편전쟁 이후150여년간 그들에게서 혹독한 모멸을 받기는 했지만 중국문명이 이러한 이방의 가치관을 수정 없이 받아들일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고래 같은 이 두 나라의 반목이 거칠어질 때 그 사이에 묘하게 끼어 있는 우리나라의 “새우 등”이 어떠한 영향을 받을지 불안하다.
김철회 /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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