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음미하며 나누어 마시고
사양할 땐 잔 위에 손 올려
와인 잔의 어느 부위를 잡아야 하느냐는 것은 인생살이든 비즈니스이든 무게중심의 문제이고 또 미학적인 판단이다. 와인 병의 윗부분을 둔탁하게 쥐거나 역시 와인 잔의 볼을 덥석 잡는 것은 그 사람의 미적 감각과 센스와도 관련되어 있다.
우선 잔은 다리 부분을 가볍게 잡았을 때<사진 왼쪽> 가장 안정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 된다. 물론 기능적으로도 잔의 볼을 잡으면, 손의 온기에 의해 와인 온도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또는 지문 등으로 더럽혀질 수도 있다.
특히 시원하게 마시는 화이트 와인이나 샴페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와인을 전문적으로 즐기는 사람일수록 잔의 베이스 부분을 잡는데<사진 오른쪽> 이것은 와인의 향을 위해 잔을 돌릴 때 더욱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와인 온도가 너무 내려갔다면 볼 부분을 잡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브랜디, 꼬냑 등을 마실 때는 볼 부분을 잡는데 이것은 손의 온도가 꼬냑의 향을 살려주기 때문이다.
간혹 서양 영화나 유명인들도 모두 볼을 잡는다며 잔의 베이스나 다리를 잡는 것이 교조주의적이라 비난하는 자칭 주체주의자들이 있으나 모든 문화, 에티켓과 매너는 그 원형을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네 문화에서 건배 후 원샷은 무언의 규칙이나 압력처럼 작용한다. 하지만 와인은 절대로 원샷하지 않는 게 좋다. 애주가라도 와인을 마실 때 약간의 인내심을 가지고 서너 번에 걸쳐 나누어 마시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원샷은 와인의 복잡 미묘한 맛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짧게 끝나버린다. 입안에서 천천히 그 맛을 하나하나 느껴보는 것이 와인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따라주는 와인을 어떻게 사양해야 할까요? 이렇게 물으면 어떤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왜 사양하냐고, 주는 대로 다 마시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어떻게 사양해야 할지 모르겠고 또 주량도 세다면야 괜찮겠지만, 와인도 최소 9~13도 안팎의 알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취할 수밖에 없다. 또한 와인은 다른 술과 달리 서서히 취기가 오르기 때문에 주는 대로 넙죽 넙죽 받아 마시다가는 막판에 큰 실수를 할 수 있다. 게다가 첨잔을 하는 것이 매너인 와인은 당연히 옆 사람 잔이 비었나를 수시로 살펴보면서 비기 전에 따라주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와인을 사양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사양 의사는 소주잔을 엎어놓듯 와인 잔을 엎어 놓는다거나 거칠게 사양하지 말고 손을 와인 잔 위에 살짝 대고 눈으로 사양의 뜻을 전하거나 상대에게 정중한 말을 곁들이는 것이 좋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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