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돈은 얼마 못 받게 된 마당에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구단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이나 입어보자.”
‘코리안 특급’ 박찬호(36)가 마지막 순간 월드시리즈 챔피언 뉴욕 양키스로 방향을 돌린 데는 이 같은 생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계약(FA) 시장에 나가면 애당초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제안한 300만달러보다는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빗나가자 자존심이 상해 시카고 컵스가 숏스탑 라이언 테리오와 연봉중재에서 이겨 80만달러를 더 마련할 때까지 버텨봤지만 끝에 가서는 그 금액 차로는 양키스로 가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찬호는 21일 기자회견에서 “양키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징적인 팀이다. 역사와 전통이 있고 올해 또 챔피언이 될 만한 팀이다. 그런 팀에서 나를 찾아줘 너무 기쁘다”고 했다. 작년보다 연봉이 100만달러 이상 깎였지만 박찬호는 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돈은 지난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으면서 6,500만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챙겼기에 그렇게 말할 만도 하다. 솔직히 그에게 작년이나 올해 연봉은 자존심 문제에 불과하다.
박찬호는 또 모든 것을 버리니 여유로워졌다는 의견을 비쳤다. “작년에 필라델피아에서는 선발 한 자리를 따내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너무 보여주려고’ 했다. 그 탓에 정작 시즌에서는 역효과가 났다. 올해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고 불펜 투수로서 여유 있게 시즌을 준비하고자 컵스 대신 양키스를 택했다”고 덧붙였다.
어느새 17년차가 된 박찬호가 LA 다저스, 레인저스, 샌디에고 파드레스, 뉴욕 메츠, 휴스턴 애스트로스, 필리스에 이어 7번째로 계약한 팀인 양키스가 통산 27번이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최고 명문 구단임은 틀림없다.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조 디마지오, 미키 맨틀, 요기 베라 등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스타들을 시대마다 배출한 팀에 입단한 자체가 영광이다.
하지만 양키스 입단은 지역 언론과 팬들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극성인 ‘위험한 선택’일 가능성도 높다. 항상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는 팀으로 선수들에게 주는 부담도 이만저만 아니기 때문이다.
양키스가 주는 부담은 랜디 잔슨과 케니 로저스 등 수많은 선수들을 망가뜨렸다. 일본인 투수 히데키 이라부는 부진하자 조지 스타인브러너가 ‘뚱보 두꺼비’(fat toad)에 주는 돈이 아깝다고 비난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고질라’ 히데키 이라부는 작년 10월 신들린 퍼포먼스로 양키스에 우승 감격을 안겨준 대가로 계약 연장도 받지 못해 현재 LA 에인절스로 가 있다.
양키스는 자원이 풍부한 팀으로 부진한 선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곧바로 나가 다른 선수를 구해온다. 게다가 확실한 클로저와 셋업맨들이 있어 박찬호가 맡을 비중이 크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이규태 기자>
박찬호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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