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여총리의 장관 시절 각의에 이상한 긴급조치안이 상정되었다. 이스라엘 여성들의 강간 피해가 늘어나자 저녁 8시 이후 여성들을 일정 지역에 한해 통금령을 내리자는 유대교 원리주의자들의 주장이었다.

메이어는 말했다. “이 법안은 말이 안 됩니다. 강간하는 사람은 남자들인데 그들에게 통금령을 내려야지 왜 피해자인 여성들이 외출 금지를 당해야 합니까” 각의의 유일한 여성 장관인 메이어의 강력한 반대로 긴급조치안은 철회 되었다. 메이어는 후일 총리가 된 다음 남성들만의 국회, 남성들만으로 짜여진 내각이 어떤 종류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가를 이 여성 통행금지령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스칸디나비아를 여행해보면 누구나 피부에 와 닿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 나라들의 ‘우먼파워’다. 스웨덴 국회의 45.3%가 여성의원이다. 노르웨이는 38.2%, 핀란드는 37.5%, 덴마크는 36.9%다. 미국은? 15.2%에 불과하다.

스칸디나비아가 여성에 관계된 사회복지법 분야에서 세계 으뜸인 것은 여성의원들의 입김이 국회에서 워낙 세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는 여성이 아기를 낳으면 158일이 출산 휴가다. 본인이 희망하면 출산 휴가를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모든 국가 기관에서 40%의 공무원을 여성으로 채우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다. 핀란드 내각은 60%가 여성 장관으로 남성 장관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전 또 노르웨이에서 획기적인 바람이 일어나 지금 유럽 전역에 이 바람이 번지고 있다. 노르웨이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사기업체의 이사진도 40%를 여성으로 채워야 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렇게 되자 최근 네덜란드와 스페인이 비슷한 법을 의회에서 통과시켜 2015년까지 사기업의 이사진의 40%를 여성으로 앉히도록 강제 시행에 들어가 직장 분위기에 새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프랑스도 이 법을 시행 고려키로 방침을 세워 그야말로 유럽에서는 명실상부한 남녀평등시대의 막이 올라가고 있다.

모든 나라의 인구는 여성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목소리는 정치적인 파워가 없어 너무나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성들은 정치를 싫어 하지만 사실상 정치가 여성들의 개인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크다. 특히 자녀교육, 혼인관계, 가정폭력, 직장 내 차별대우, 출산 보호 등 사회복지가 모두 법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여성의 의회진출이 여성권익의 보루가 되는 것이다. 입법부를 점령하라. 이것이 스칸디나비아에서부터 시작된 ‘레이디 퍼스트’ 캠페인의 구호다.

아시아에서도 여성 지도자가 여러 명 탄생했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에서는 대통령,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총리가 집권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현재 박근혜 의원이 대선주자의 가도를 달리고 있어 다음 대선이 정계의 화제다.

그러나 아시아 우먼파워는 밑에서부터 구축되어 올라온 자생적인 것이 아니라 배우자 또는 부모의 후광을 업고 등장한 것이기 때문에 뿌리가 약해 힘이 없다. 스칸디나비아처럼 국회를 장악해야 ‘우먼파워’가 실세화 되는 것인데 여성의 의회 진출이 너무나 미미하다.

21세기의 숙제는 크리스천과 이슬람의 대결을 어떻게 피하느냐 이기도 하지만 우리 실생활에서 느끼는 전쟁은 ‘남녀의 대결’이다. 직장의 여성 상위시대가 도래하고 있어 남성들이 여성 상관을 어떻게 모시느냐가 또 다른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철 /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