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년의집 관현악단의 첫 연습이 열린 맨하탄 세인트 폴 교회 강당에는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악단의 지휘를 맡은 정민씨의 아버지인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씨 부부가 이들의 연습 장면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었던 것. 정명훈씨가 설립한 비영리단체 미라클 오브 뮤직의 기획이 아니었다면 이들의 공연은 성사될 수 없었을 것이지만 정씨는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 공연의 주인공은 단원들이며 자신이 관심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110명의 단원들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 정 민씨 역시 “이번 공연 보도의 초점을 지휘자가 아닌 연주자에게 맞춰 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어린 연주자들에게 카네기홀 무대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상상하기 힘들 겁니다. 이들은 지난 3달 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자비를 보태 참가한 직장인 졸업생들의 열정은 또 얼마나 대단한지 모릅니다.”
단원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흥분과 긴장이었다. 혹시 긴장이 지나쳐 실수를 할 우려가 없을까라는 질문에 정씨는 “오히려 지휘자가 가장 긴장하고 있다”며 웃었다. “저도 공연 때마다 그 점을 걱정하곤 했는데 아이들이 참 당찹니다. 솔로 연주에서도 한 치의 실수가 없을 정도로 대범해요”.
정씨는 “나는 우리 단원들을 다른 유스 오케스트라와 비교하지 않는다”며 “서울시향까지는 아니지만 한국내 웬만한 성인 교향악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한 믿음을 보였다. 패기가 넘치는 차세대 지휘자 정씨는 1984년 독일 자르브뤼켄 출생 후 바로 프랑스로 이주하여 Lycee International Racine에서 문학 및 음악을 전공하였다. 졸업 후 한국으로 이주하여 서울대
학교에 입학한 그는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피아노를 공부하였으며, 2007년부터 지휘에 전념하고 있다.
뉴욕이나 유럽으로 유학을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음악계에서 ‘한국 유학’을 택한 흥미로운 경우다. 정씨는 “솔직히 한 6개월 정도만 생각하고 한국에 왔는데 한국의 음악 수준이 높아졌고 무엇보다 편안하고 좋아서 남았다”며 “덕분에 어눌하던 한국말도 늘어서 너무 좋다”고 즐거워했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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