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순회항소법원, 워싱턴 주정부에 ‘깜짝’ 패소판결
“소수민족 투표권 약화돼 인종차별 소지”
교도소에 수감된 중범자들의 투표권을 잠정적으로 박탈하도록 규정한 워싱턴 주법은 선거에서의 인종차별을 금지한 연방법에 위반된다고 연방 항소법원이 판시함에 따라 파문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제9 연방 순회항소법원(시애틀)의 3인 재판부는 문제의 워싱턴 주법이 지난 1965년 연방의회가 제정한 ‘투표권 법(Voting Rights Act)’에 위반된다고 2-1로 판시, 지난 1996년부터 끌어온 소송을 일단락 지었다.
이 같은 판결이 확정될 경우 제9 순회항소법원의 관할지역인 오리건·아이다호·몬태나·캘리포니아·네바다·애리조나·알래스카·하와이·괌 등은 물론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뒤따를 수 있다. 수감 중범자들에게 투표권을 허용하는 주는 메인과 버몬트뿐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 대해 랍 맥키나 워싱턴주 법무장관은 같은 제9 항소법원 내 확대재판부에 재심을 신청하거나 직접 연방대법원에 상소할 예정이라고 밝혀 현재 수감중이거나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3만7,000여 중범자들이 곧바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이 소송은 일련의 중절도죄로 3년 징역형을 받고 왈라왈라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무하마드 샤바즈 파라칸(벨뷰)이 투표권 박탈에 항의해 1996년 지방법원에 제소한 데서 비롯됐다. 그 후 소수민족계인 다른 죄수 5명이 소송에 합류했고, 그동안 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워싱턴주법이 연방 투표권법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판시해왔다.
그러나, 이들을 대리한 곤자가 법대의 래리 와이저 교수는 교통단속에서 흑인이 단속당하는 비율은 백인보다 70% 많고, 히스패닉계도 백인보다 50% 많다는 워싱턴대학의 조사보고서를 근거로 워싱턴 주법이 연방법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폈다.
와이저 교수는 흑인의 체포비율이 백인보다 4배 많지만 교도소 수감비율은 9배나 많다고 지적하고, 실제로 워싱턴주의 전체 흑인 가운데 4명 중 한명 꼴(25%)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처지가 됨으로써 선거에서 흑인사회의 목소리가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바로 이런 점에서 워싱턴 주법이 투표권 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주법은 교도소에 수감된 중범자의 투표권을 그가 형기를 마치고 민권이 회복될 때까지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기를 마쳐도 벌금이나 배상금을 완납하지 않을 경우 투표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은 말소돼 지난 7월 발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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