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류 똑바로 꽂히지 않아
코르크 부러지는 실수 잦아
강의를 하면서 “와인은 누가 따죠?” 하고 질문하면 일부러 혀 꼬인 소리로 “웨이러(웨이터!)” 라고 하는 장난기 어린 대답을 종종 듣곤 한다 사실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웨어터나 소믈리에가 자신의 몫을 다하지만 호스트가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자신만의 만찬을 준비한다거나 레스토랑이 아닌 경우는 소믈리에의 도움을 기대할 수가 없다.
와인 초보자들이 자주 겪는 문제 중 하나인 와인 마개 따기는 의외로 큰 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특히 비즈니스 상 중요한 자리나 호스트가 이니셔티브를 확실하게 장악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 한 탤런트가 주최 측이 제안한 샴페인 마개를 오픈하지 못해 기자회견장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든 사례는 자칫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는 마개오픈하는 일의 중요성을 대변해준다.
와인병을 오픈하는데 주로 범하는 실수는 코르크가 다 올라오기도 전에 부러지거나 중간에 잘라지는 것이다. 이는 장기간 병을 세워둔 채 보관해 코르크가 말라서 단단해지거나 스크류가 똑바로 꽃히지 않았거나 스크류의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절한 와인 오프너를 사용한다면 많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대기업과의 공동 마케팅 조인식을 가진 모 기업의 상무는 공식 모임이 끝나고 그쪽 대표들을 한정식 집으로 초대했다.
와인에 대해 잘은 모르나 평소에도 와인을 종종 마셨던 상무는 그들을 위해 미리 준비한 값비싼 와인 몇병을 꺼내들었다. 그 와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벌써 들뜨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마개를 따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늘 누군가 따 가지고 온 와인만 마신 상무로서는 와인 마개를 오픈하는 것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한정식 집에서 부랴부랴 준비한 와인 따개가 그리 성능이 좋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상무의 따는 실력(?)이 부족했던 것인지 코르크가 병목에서 쪼개져 버렸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가운데, 상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온갖 도구를 가져오라하여 간신히 코르크를 빼냈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잔에 따르자 잘게 쪼개진 코르크 조각들이 와인과 함께 잔 속을 둥둥 떠다녔다.
완전히 어색해진 분위기를 다시 띄운 건 오히려 초대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 와인을 잘 아는 한 명이 나서서 “코르크는 이래서 문제가 많다”며 와인을 오픈하는 일의 어려움에 동조를 보냈다.
물론 그렇게해서 그 당황했던 순간은 지나갔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후로 상무는 슬금슬금 눈치가 보여 호스트로서의 주도권을 그쪽에 넘겨주게 되었다고 한다. 마치 첫 단추를 잘못 끼면 계속 틀어지면서 뭔가 이상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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