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두 나라의 공동관심사에 관해 협의를 하고 돌아 왔는데 일본과 중국에서 미국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데에 어려움이 컸던 것에 비해 한국에서는 FTA 문제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수월했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한미 FTA의 핵심으로 떠 오른 자동차 문제를 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든다. 80년대 초 만해도 한인 이민자들은 미국에 도착하면 곧바로 중고차 일망정 포드나 GM 자동차를 사는 것으로 미국 생활을 시작 했었다. 그리고 부엌에는 GE 냉장고, 거실에는 RCA 텔레비전을 들여 놓고 미국생활을 즐겼었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과 LG 제품의 셀폰이 미국 시장을 휩쓴데 이어 냉장고와 텔레비전 등의 가전제품이 전 미국을 석권하고 있고 현대 자동차의 미국 점유율은 나날이 높아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의 입장으로서야 이미 합의된 FTA를 그대로 밀고 나가기 원하지만 미국내 자동차산업을 살리는 일이 최우선순위에 들어 있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것은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지난 주에는 미셀 위가 마침내 LPG여자 프로골프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신지애는 신인왕에 이어 올해의 선수상에 도전하는 낭보가 있었다. 여자골프에서 한국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게 전혀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미국 언론이 유독 미셀 위의 승리에 들떠 있는 것은 그녀가 미국 시민이었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 한국정부는 앞으로 이중국적(복수국적)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적법 개정안에 따르면 군필자나 선천적 복수국적자 등은 외국 국적을 버리지 않아도 한국에서 그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포기각서에 서명만 하면 복수 국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고급인력과 원정출산, 65세 이상의 해외 동포에게도 복수국적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 2주 사이 미국과 한국에서 있었던 이런 일련의 일들은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 특별히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코리언 아메리칸들에게는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하는 사건들이었다. 떠나온 나라 한국은 우리에게 무엇이고, 지금 살고 있는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만일 미국과 한국 두 나라의 이해가 충돌될 때 우리는 어느 쪽에 더 마음을 써야 하는가,
결코 간단치 않은 이 물음은 애당초 이 땅에 이민을 결행한 것이 과연 잘 한 일이었나로 이어지며 더 많은 상념을 낳게 한다. 타향살이가 행복할 때면 사람들은 고향을 잊어버린다. 그러나 떠나와 사는 것이 힘들고 고달플 때는 두고 온 고향의 익숙한 풍토와 그 푸근한 인정을 그리워한다.
지금부터 꼭 20년 전 미주 한인사회에 역이민의 바람이 불어 닥친 일이 있었다. 88 서울 올림픽 이후 한국은 놀랍게 발전하는 사이 연이어 큰 지진과 폭동을 거치며 실의에 빠졌던 이민자들은 역이민을 감행했던 것이다. 허지만 역이민은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고 다시 ‘역 역이민’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2009년이 저무는 지금 한인사회는 다시 큰 고비를 맞고 있다. 너무 힘들어 또 ‘돌아갈까 돌아가’로 망설이고 있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위로는 되지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바람찬 흥남부두에서 ‘굳세어라 금순아’ 를 부르던 비감한 심정으로 서로를 껴안아야 할 때다.
추수감사절을 맞으며 그래도 이 정도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자. 이 땅에서 우리 코리언 아메리칸이 살아가야 할 이유,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을, 미국에 대해서는 한국을 바로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역할이 있는 것에 감사하자. 그보다는 우리들이 열어가는 새로운 미래가 있음에 감사하자.
김용현 / 한민족평화연구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