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W’를 보면 무명인 조지 W 부시가 텍사스 주지사에 출마하는 문제를 가족모임에서 토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부시 집안의 가족모임이 따로 소집된 것이 아니라 바로 추수감사절 날 흩어진 형제들이 휴스턴에 있는 아버지의 집에 다 모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부시 가족은 단결되고 화목하기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은 부모와 자식 간의 재상봉의 날이며 ‘가족 총회의 날’이나 다름없다. 5월에 ‘어머니의 날’, 6월에 ‘아버지의 날’이 있다면 11월의 추수감사절은 ‘가정의 날’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인들 가운데에는 크리스마스보다 추수감사절을 더 큰 명절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추수감사절을 맞아 가족이 모이는 과정이 흥미롭다. 부모가 재력이 막강하면 멀리서 자녀들이 손자들을 거느리고 불원천리 달려온다. 뉴욕과 플로리다를 잇는 95번 하이웨이는 추수감사절이 되면 부모 찾아 내려오는 자동차 행렬 때문에 트래픽을 이룬다.
플로리다로 내려오는 자녀들은 부모가 죽으면 그 재산을 이어받을 미래의 상속인들이다. 부모 알현을 게을리 했다가는 괘씸죄(?)에 걸려 상속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재산이 많을수록 형제들 간에 보이지 않는 효도경쟁이 벌어진다. 부모들은 이를 배경으로 그리운 손자들을 큰소리치며 만나는 것이다.
부모가 재력이 약하면 추수감사절 총회가 ‘부모님을 고생 시키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자녀들 집에서 열린다. 노인들이 아들이나 딸이 보내준 비행기 표로 뉴욕이나 워싱턴으로 올라가야 한다. 가족회의 분위기도 자녀들이 리드하고 부모들은 눈치(자녀들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기 때문)만 보며 손녀들과 놀다 오기마련이다.
현대의 가정 개념은 부모가 늙으면 자식들의 눈치를 보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고부 간의 갈등도 며느리가 시어머니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들이 오히려 자식들과 떨어져서 살고 싶어 한다. 반면 자식들은 부모와 살면 여러 가지 편리하기 때문에 부모를 모시려고 한다.
젊은 세대는 부부 간의 사랑을 부모 효도보다 중요시하는 정서적 가족주의를 지향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고생 않고 자랐기 때문에 소비성향이 높아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아 경제적으로 약하다.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돈이다. 부모도 돈 있어 보이면 효도하는 척 하지만 아무것도 없어 보이면 짐으로 여겨 부담스러워 한다.
신세대 가운데에는 성인이 되었는데도 부모들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에게는 피땀 흘려 모은 부모들의 재산을 유산으로 물려받으려는 잠재적인 욕심이 자리잡고 있다. 젊은이들이 요즘 자기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들의 눈이 부모가 살고 있는 집에 쏠려있는 것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부모와 자식이 따로 살다보니 가족의 인간적인 유대, 정서관계가 약해지는 편의 우선주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럴 때일수록 가족들이 자주 만나 반상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며 그 모임을 부모가 주도해야 가족의 분위기가 잡힌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들에게 과장해서라도 부모의 경제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자녀들로부터 독립해 사는 시대의 숙제는 몸은 떨어져 있지만 정서적으로 자식들로부터 존경받는 문제다. 부모가 자신의 머니파워를 십분 활용해야 할 시대다.
이철 고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