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탄자니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교사 한분이 마사이족의 성인식에 대해 흥미로운 소식을 메일로 보내왔다. 에코베레티라는 마사이족 마을에 머물고 있는 양승천 선교사는 이들이 아프리카에서 왜 용감한 부족으로 이름나 있는가를 성인식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양선교사가 전하는 마사이의 성인식은 이렇다.
마사이 남자는 15세가 되면 들판에 나가 맨손으로 사자를 죽여야 성인으로 인정받는다. 어떻게 사자를 죽이느냐. 사자가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어흥”하며 입을 벌리는 순간 양쪽 끝이 날카로운 단도를 재빨리 사자의 입속에 세워서 넣는다. 그렇게 되면 사자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고통으로 신음하다 죽는다는 것이다. 칼날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날에는 마사이 소년의 팔이 사자의 먹이로 사라지게 됨은 물론이다. 마사이 남자들의 팔에 상처 흔적이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한다.
마사이 촌에서는 연장자들이 모든 것을 다스리기 때문에 노인일수록 대우를 받는다. 젊은이들은 노인들로부터 정글에서 어떻게 살아남는가의 지혜를 끊임없이 배운다. 성인의식은 있지만 노인 통과의례는 없다. 왕년에 누구나 맨손으로 사자를 잡았기 때문에 모두가 전사대우를 받는다.
시대가 장수 경향인지라 요즘 미주 한인사회와 한국에서 노인인구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9세, 미국인은 78.5세다. 북한은 66세다. 그런데 ‘노인’이라고 불리는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차별대우를 받는다.
부자와 빈민을 돈으로 구별하여 차별하는 것처럼 젊은이와 노인이 나이로 구분되어 계급화 되어가고 있다.
일본에 사회적 천민계급으로 ‘부라꾸민’이라는 것이 있다. 선조가 소를 잡거나 소가죽을 다루던 사람들의 후예들인데 보이지 않는 괄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대를 해주지 않아 자기네들끼리만 뭉쳐 산다. 지금 한인 노인들은 교회에서도 절대다수를 이루고 있고 유권자로서도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도 맥을 못 쓰고 제대로 대우를 못 받는다. 조직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노인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파워 화하는가를 배워야 한다.
사실 젊은이는 경제적으로도 불안하며 가족부양의 짐이 무거워 고민이 많고, 인생을 즐길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다. 따지고 보면 청춘은 좀 젊었다는 것 빼놓고는 별 것 아니다. 그런데도 사회의 가치기준이 젊은이에게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노인은 빛을 잃고 산다.
나이에는 육체적 나이와 정신적 나이, 지적인 나이가 있다. 정신적 나이와 지적인 나이에는 노쇠현상이 없다. 인간은 가치 지향적 존재이기 때문에 무슨 가치를 자신의 인생관으로 삼느냐에 따라 값어치가 정해진다. 나이 먹을수록 가치를 창조하는 일에 참여하여 사회에서 ‘쓸모 있는 인간’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70세가 넘었다. 누가 그를 노인이라고 부르는가. 이명박 대통령도 한국나이로 68세다. 그가 노인인가. 결국 ‘노인’이라는 타이틀은 쓸모가 없어졌을 때부터 남이 나에게 붙여주는 인생 계급장이다.
성인 신고식은 있어도 노인 신고식은 없다. 몇 살부터 노인인가. 선이 그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늙은이 행세할 때부터 노인이 되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열심히 독서하고 컴퓨터를 배우자. 사회도 노인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사이 촌의 노인대우는 못해줄지언정 부라꾸민 취급은 삼가야 한다. 누구나 내 안에 미래의 노인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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