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필리스 클럽하우스에 인터뷰를 위해 모여든 기자들은 박찬호 주변을 몇 겹으로 둘러싸고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기자들의 반응만으로도 이날의 영웅은 다름 아닌 박찬호였음은 분명했다. 샤워를 마친 박찬호가 라커에서 옷을 입기도 전에 기자들이 겹겹이 둘러쌌고 계속해서 외신기자들이 찾아와 비슷한 질문을 반복하는 바람에 인터뷰는 무려 40분 이상 계속됐다. 계속되는 질문에 대답하다 지친 박찬호는 중도에 양해를 구한 뒤 앉아서 답변을 계속했고 나중엔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샤워를 다시 해야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승부의 고비에서 정말 눈부신 피칭을 보였는데.
▲감독이 이닝(7회)이 시작되기 전 매니(라미레스) 타석에 대비하라고 이야기했다. 원아웃만 잡자고 다짐하면서 마운드에 올랐다. 매니를 보지 말고 캐처의 미트를 보면서 던지려고 노력했다.
-다저스테디엄에 돌아온 것에 따른 아드레날린 효과도 있었나.
▲사실 불펜에선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 마운드에 올라와서 웜업 피치를 던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내 컨디션보다 훨씬 잘 던졌다. 나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첫 스트라익을 잡은 것이 매우 중요했다.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며 던졌다. 캐처 카를로스 루이즈가 그들 타자들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작전을 갖고 있었고 그의 리드에 따라갔다.
-다저스테디엄에 돌아왔는데 팬들의 반응은.
▲솔직히 아주 안 좋았다. 불펜에 있을 때 팬들이 야유를 보냈고 특히 불펜 뒤쪽에 있던 두 명은 아주 나쁜 말로 나를 자극하려고 했다. 사실 그것들은 모두 경기의 일부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섭섭하기는 했다. 그들의 야유가 효과를 보지 못해 기쁘다.(웃음)
-이젠 구원투수로 마음을 잡았나, 아니면 아직도 선발투수에 대한 미련이 있나.
▲좋은 팀에서 좋은 팀메이트들과 함께 야구를 하고 아직도 야구에 대해 배우고 있다. 한 게임 한 게임에 포커스하고 지금은 내일 경기에 집중할 뿐이다.
-시즌 막판에 부상당하고 힘들었을텐데.
▲그렇다. 왜 하필이면 마지막 순간에 플레이오프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다쳤을까하는 안타까움과 실망이 컸다.
-정말 오랜만에 실전 마운드에 섰는데.
▲그렇다. 하지만 머릿속으론 하루도 빼놓지 않고 피칭을 했다. 매일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더블헤더를 던졌다고 해도 된다.
-다저스가 지난해 재계약을 오퍼하지 않은 것에 실망했나.
▲나는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재계약과 관련해 아무런 제안도 없었던 것은 솔직히 약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지금 더 좋은 팀에 있다. 더 잘됐다고 생각한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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