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때문에 돈방석에 앉은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오바마 때리기’의 선두주자인 토크 쇼맨 러쉬 림보와 글렌 벡이다. 글렌 벡의 저서 ‘바보들과의 언쟁’은 금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부시 시절 내리막길을 달리던 러쉬 림보는 인기가 다시 치솟아 요즘 세인트루이스 풋볼팀을 사느니 마느니 할 정도로 돈방석에 앉아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지명되자 림보는 “미국 대통령은 놀림감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번 수상에 대해 탈레반도 웃는다. 나의 의견이 탈레반과 일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비꼬았다. 그는 몇 달 전 라디오 방송에서 “전국의 청취자 여러분, 오바마에 대한 의견을 400자 한도 내에서 적어 저에게 보내 주시면 선택해서 방송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다음 “나의 의견이요? 4단어로 줄일 수 있죠. I HOPE OBAMA FAIL(오바마가 실패 하기를) 입니다”라고 그의 오바마 증오를 단적으로 표시한 적이 있다.
글렌 벡과 러쉬 림보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극우 보수주의자다. 공화당에는 지금 오바마와 맞설만한 인물이 없다. 그래서 미국의 극우 발언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벡과 림보가 보수세력의 수퍼 스타로 등장한 것이다. 얼마 전 엠마뉴엘 백악관 비서실장이 CBS-TV에서 “공화당의 대표적 인물이 누구라고 생각 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러쉬 림보 아니겠는가”라고 대답했다가 스틸 공화당 전국의장으로부터 “그 분별없고 추한 쇼맨을 공화당의 상징에 비교하다니”라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스틸 공화당의장이 자신의 발언을 러쉬 림보에게 사과한 사실이다. 림보의 위력이 이 정도다.
글렌 벡은 림보에 비해 덜 과격한 편이고 한 수 위다. 오바마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해 비교적 논리있게 비판한다. 그는 재글랜트 노벨 평화상 심사위원장이 노르웨이 수상 출신이지만 노동당의 대표였으며 사회주의 단체인 소셜리스트 인터내셔널의 부의장이었기 때문에 사회주의자에 속한다고 평했다. 재글랜트는 오바마 대통령을 사회주의 노선으로 가게하기 위해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이며 따라서 오바마를 지지하는 미국인은 사회주의자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궤변적 3단 논법이지만 그럴듯한 이론이기 때문에 파급효과도 컸다. 극도로 화가 난 백악관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아니타 던은 “벡과 FOX-TV를 언론기관이 아닌 민주당의 정적으로 간주하겠다”고 선전포고 했다.
포브스 매거진에 의하면 글렌 벡의 지난 1년간 벌어들인 돈은 방송료만 2,300만 달러며 미 전국 400개 라디오 방송국이 그와 계약을 맺고 있다. 원고를 준비하는 비서만 35명이라니 비즈니스도 보통 비즈니스가 아니다.
글렌 벡과 러쉬 림보의 성공은 미국사회의 저변에 무엇이 깔려 있는지를 말해준다. 불안과 초조와 분노다. 이들은 심지어 오바마가 정말 미국에서 태어났느냐는 식으로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 경제가 어렵고 문을 닫는 비즈니스가 줄을 잇고 있는 이 마당에 증오 생산 공장을 차려 호황을 누리는 사람들이다. “불만있고 증오하는 자들이여, 다 내게로 오라”가 이들의 비즈니스 원리다. 현 정권에 삐딱한 자세를 보였다는 혐의(?)로 한때 잘 나가던 토크 쇼 진행자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있는 한국현실과 비교하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코미디언이나 토크 쇼맨은 시대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살아 있느냐의 척도는 통치자가 이들의 아니꼬움을 얼마나 잘 참고 넘기느냐에 의해 증명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지도자의 그릇의 크기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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