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작가 이정진씨, 메트 뮤지엄서 전시회… 11월 사진집 발간
‘좋은 사진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은 ‘좋은 그림은 어떤 것인가?’라는 말처럼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는 일반인들에게 분명 수월해진 시대인 것은 확실하다. 일정 수준 이상을 갖춘 회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여전히 일정 시간 이상의 트레이닝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만, 갈수록 보편화 되는 디지털 시대의 촬영은 적지 않은 수의 수준급 아마추어 작가들을 쉽게 배출해낸다.
그러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전시중인 이정진씨의 작품, 그리고 11월 최고 권위의 사진 전문 출판사 ‘Aperture’에서 발간될 그의 사진집 ‘바람(Wind)’에 실린 작품들은 여전히 작가는 왜 작가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풍경과 사물이 가진 추상적인 성격과 근원의 감정을 끄집어내는 그의 작품들은 회화와 사진의 영역을 불분명하게 한다. 기교와 컨셉트만으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작품을 창출해내는 것은 결국 ‘아티스트의 감수성’이라는 말 이외에는 설명이 안된다.
실제로 이정진씨는 촬영시 렌즈 조차 바꾸지 않는, 기교 자체를 거의 부리지 않는 사진가다. 상식을 깨는 앵글과 실험성으로 평가받지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본적도 없다. 좋은 그림을 얻기 위해 몇 시간을 꼼짝않고 기다리는 시도도 해본 적이 없다. 마치 스냅을 찍듯 한, 두컷, 늘 그런 식이었다. 사진은 결국 찍는이의 마음의 반영(Reflection)으로 믿는 그는 언제나 느낌대로, 감정에 충실하며 대상을 포착해왔다.
다만 그는 ‘한지에 사진을 인화하는’ 정말 예외적이고 파격적인 실험을 했고 20년 넘게 그 기법에 충실해오고 있다. 그의 사진들이 부드러우면서도 투박하고, 향수를 자아내면서도 어딘가 우울한 느낌을 주는 것은 많은 부분 한지가 주는 질감 때문이다. 93년 메트뮤지엄에서 컬렉트 된 첫 작품 및 이번에 출판된 사진들도 모두 한지 작품들. 현재 메트는 그의 작품 9점을 소장하고 있다.
홍익대에서 도자기를 전공하고, 잡지 ‘샘이 깊은 물’에서 사진 기자로 근무했던 그는 91년 뉴욕대에서 사진을 공부한 뒤 영원한 정신적 지주로 남아있는 현대사진의 거장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를 만났다. 마침 메트에서는 로버트 프랭크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으며, 이정진씨의 사진은 특별전 인근 현대 작가전에 전시중이다.
<박원영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