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30일자 뉴욕 타임스 오피니언 란에 오바마 대통령의 신변위험을 경고하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글이 실려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프리드먼은 글로발 경제를 예언한 베스트셀러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저자이며 퓰리처상을 3번이나 탄 언론계의 중진이다. 때문에 미국의 최근 상황을 우려하는 프리드먼의 칼럼은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는 오바마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분위기가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극우청년에게 암살된 1995년 이스라엘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1995년의 이스라엘의 사회 분위기는 어떠했는가. 팔레스타인의 자치정부를 인정하는 오슬로 조약을 라빈이 아라파트와 체결하자 극우파들이 라빈을 ‘반역자’ ‘나치’라고 외치면서 그를 죽이는 것은 신의 명령이라는 식으로 증오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라빈은 11월5일 텔아비브의 이스라엘 광장에서 ‘평화의 집회’를 열었는데 그의 진보정책을 지지하는 지식층과 젊은이 25만명이 광장에 몰려들어 집회 신기록을 세웠다. 그만큼 적보다 지지자가 더 많았다. 그가 이스라엘의 전설적인 여가수 ‘미리 알로니’와 단상에 올라 ‘평화의 노래’를 부르던 광경은 역사에 남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노래를 부르고 단상에서 내려와 파킹장에 이르렀을 때 극우청년의 총탄에 쓰러진 것이다. 이날 저녁 경호원들은 라빈 총리에게 방탄조끼를 입으라고 건의했으나 그는 “유대인이 나를 해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거절했다. 그는 등에 3발을 맞았기 때문에 방탄조끼를 입었더라면 무사했으리라는 것이 참모들의 상황분석이다.
케네디 대통령도 측근의 충고를 듣지 않고 달라스 방문을 강행하다 저격당했다. 텍사스는 당시 케네디의 엄격한 오일정책과 쿠바 침공실패로 정부에 대한 증오심이 대단했다. 케네디의 방문에 앞서 미국의 양심으로 불린 아들라이 스티븐슨 유엔대사가 달라스에서 연설한 적이 있는데 일부 청중이 민주당 정권 욕설을 퍼부으며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충격을 받은 스티븐슨은 워싱턴에 돌아와 케네디 대통령에게 텍사스의 분위가가 심상치 않으니 달라스 방문을 연기하라고 강력 건의 했으나 케네디는 “돌아선 텍사스 인심을 이럴 때 잡아야 한다”면서 오히려 오픈카 퍼레이드까지 허락했다.
그러나 경호실은 준비회의에서 반대했다. 만찬장소인 무역센터로 가는 길이 구불구불해 퍼레이드가 속력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저격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만찬장을 여성회관으로 바꿀 것을 건의했다. 케네디와 참모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이같은 고집은 결국 불행으로 이어졌다. 케네디 암살사건은 대통령 경호방법에 대변혁을 가져왔으며 지금은 신변안전에 관한한 대통령이나 비서실이 경호실의 건의를 무시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암살된 대통령은 링컨, 맥킨리, 케네디 등 3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것과 증오현상에 따른 신변위협 경고를 무시하고 대중 집회를 자주 가진 점이다. 이스라엘의 라빈 총리도 똑같은 실수로 비극을 당했다.
껍질을 벗는 데는 아픔이 따른다. ‘변화’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오바마가 자신의 정책을 세일하기 위해 대중 집회를 자주 갖는 모양이나 횟수가 너무 잦아 암살위험의 함정에 빠지지 않나 보기에도 아슬아슬하다. 오바마는 제2의 고르바초프가 되어가고 있다. 외국에서는 인기가 높지만 국내에서는 극우세력의 증오현상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 프리드먼의 칼럼은 오늘의 미국을 솔직하게 분석한 것이라고 본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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