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있으면 길거리에 널려질 도토리를 영어로는 에이콘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미국 미디어에는 에이콘에 대한 기사가 많이 등장한다. 도토리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조직의 비리에 대한 기사들이다. 즉각적인 개혁을 위한 지역 사회 단체 연합회(Association of Community Organizations for Reform Now)라는 조직의 머리글자어가 바로 에이콘이다.
1970년 아칸소주 리틀 록 시에 살던 가난한 흑인 부인들이 어느 집 부엌 식탁에 둘러 앉아 어떻게 하면 자기 아이들의 학용품을 제대로 사줄 수 있을까를 고심하던 것이 에이콘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개인의 목소리가 단체로 집약되면 지역 사회의 위정자들이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우는 아이에게 젖 더 준다”는 식으로 단체의 요구가 관철된다는 것을 잘 알려진 사회 현상이다.
웨이드 라스케라는 사람의 도움으로 리틀 록의 가난한 어머니들이 조직되어 학교의 무료 점심 제도, 월남 참전 제대군인들의 권리 그리고 병원의 응급실 확장 등 가난한 사람들의 필요를 대변하는 단체가 되었다. 그것이 커져서 에이콘을 미국에서 가장 큰 지역 사회 단체 조직으로 등장하게 되는 바 전국 40개 주의 110여 개의 도시에 지부를 두었고 50여 만의 회원들이 속해 있으며 상근 직원들만도 천 명이 넘는 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결론이지는 몰라도 에이콘이 공화당과는 껄끄러운 관계에 있고 민주당의 지지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예를 들면 공화당은 최저 임금을 올리게 되면 높아진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근로자들을 해고시키는 결과를 낳아 경제가 나빠진다는 이론을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에이콘이 지난 몇 년 동안 12개 주 의회에 압력을 가해 그 주들의 최저 임금이 인상되도록 한 것에는 민주당의 도움이 컸었을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에이콘 또한 9개 주에서 은행들이 가난한 동네들의 모기지에 더 많은 이자율을 적용시키는 영업 행위가 시정되도록 그 주들의 검찰 총장들과 협조했다는 역사도 있다. 진보 진영의 논객들에 의하면 에이콘의 세 번째 초점은 새 투표권자들을 등록시키는데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2007~8년의 선거 기간 중 에이콘은 도시들의 빈민 지역에서 백 30만의 새 유권자들을 등록시켰던바 가난한 사람들은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게 상식인 데다가 가끔 새 유권자 등록 운동에 있어서 부정행위도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으니까 공화당의 아니면 보수 진영의 미움을 사게 된 모양이다.
게다가 에이콘의 설립자 가자기 동생이 1999년에 공금 100만 달러를 횡령한 것을 감싸다가 에이콘 이사회로부터 축출당하는 등 그 조직 자체의 부정부패가 쌓인 것도 에이콘을 개혁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게 한다. 그동안 에이콘은 인구 조사에 있어서 미국 통계국의 지원을 받거나 극빈자들에게 무료 세금 상담을 마련하여 국세청의 지원을 받는 등 연방 정부의 보조금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의 사건으로 연방 지원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최근의 사건이란 보주 진영 쪽 남녀 자원봉사자들 둘이 여자는 창녀 그리고 남자는 뚜쟁이로 차려 입고 볼티모어 등 몇 도시의 에이콘 사무실에 가서 엘살바도르에서 온 미성년자들을 데리고 창녀의 집을 운영할 터인데 어찌 하오리까라는 상담에 에이콘 직원들이 친절하게(?) 세금도 속이는 등의 방법에 대해 자세히 일러주는 것이 비밀 녹화되어 유튜브 등에 방송된 것을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된 조직도 돈과 권력이 생기면 부패된다는 경종을 울리는 사례라 하겠다.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영국의 역사가 액튼 경의 말은 진리다.
남선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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