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파리 어느 곳을 가도 미국노인들을 가득 실은 대형관광 버스가 눈에 띤다. 이들은 거의가 크루즈 여행객들이다. 크루즈는 한번 짐을 풀면 그만이다. 그리고 자고나면 다른 나라에 도착해 있기 때문에 스캔디나비아와 러시아 등 동유럽을 구경하는 데는 크루즈가 적격이다.
몇 년 전 친구와 함께 유럽 크루즈에 나선 적이 있다. 내가 탄 배는 노인들이 많은 ‘홀랜드 아메리카’였는데 승객 평균 나이가 62세였다. 늙은 부인들이 늙은 남편에게 호령하는 모습은 가히 한국 남성들의 견학코스다. “물 가져와요. 샐러드는 이것 말고 무엇무엇 뺀 것을 가져오라니까. 다시 좀 갔다 와요” 등등 여자 쪽이 너무나 당당하게 호령하는데다 남자 쪽은 양처럼 순하게 그 지시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보스와 부하관계를 연상 시킨다.
그런데 우리의 입장이 좀 난처해졌다. 승객 중 여자끼리 여행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남자끼리 여행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미국인의 눈으로 보자면 우리는 틀림없는 동성연애자였다. 디너 테이블에 8명이 둘러앉았는데 모두 부부들이다. “우리는 동성연애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도 없고 상대방은 그러려니 하고 대해주는 눈치인데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다음날 레스토랑 매니저에게 찾아가 테이블을 바꿔달라고 했더니 마침 여자 2명만 승선한 팀이 있다며 그쪽으로 배정해 주었다.
50대를 넘어선 것 같은 미국여성들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초등학교 교사로 있다가 은퇴한 후 1년에 두 번씩 크루즈 여행하는 것을 지상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경비를 아끼기 위해 크루즈 회사의 프리랜서 세일즈레이디로 일하는 대신 공짜에 가까운 디스카운트 여행을 하는 모양이다. 남편은 왜 동반 안했느냐고 물으니 “남편도 좀 풀어 줘야죠”라면서 웃는데 그 웃음소리가 얼마나 호탕(?)한지 우리를 제압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미국 여성들은 프랑스 여성과는 달리 디너 테이블에서 거리낌 없이 큰 소리로 떠들고 웃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이 미국 여성들이 디너 테이블에 항상 우리보다 먼저 와서 앉아 있고 식사가 끝나면 우리보다 늦게 일어났다. 어느 날 그 의문이 풀렸다. 이 두 여성과 같은 버스를 타고 관광하게 되었는데 체격이 너무나 비정상이었다. 다리는 날씬한데 히프가 보통 비대한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배짱 좋게 반바지를 입고 나섰으니 그 모양새가 손오공 만화에 나오는 저팔계 같아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배 안을 왔다갔다하는 미국여성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나이든 할머니는 하나같이 비만증이다. 미국여성은 20세까지는 조각처럼 예쁜데 나이 들면 몸 관리가 말씀이 아니다. 나이 들수록 젊어 보이는 한국여성과는 대조적이다. 엊그제 미셸 오바마가 휴가 중에 반바지를 입었다하여 말썽이 된 사진을 보았는데 미셸도 나이 들면 비대해지는 전형적인 미국여성 타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을 관광하노라면 거리에서 뚱뚱한 여성을 눈을 비비고 찾아봐도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이다. 그러나 얼굴이 새까맣게 타 중년여성들이 할머니처럼 보인다. 미국도 고생이 막심하던 서부 개척시대 사진들을 보면 비대증에 걸린 여성들이 별로 없다. 시대적으로 나열된 역사적인 사진들은 여성들의 비대증이 여성들의 자유와 정비례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요즘 한국가정에서 여성들의 입김이 점점 세어지고 있지만 반면 여성들이 점점 뚱뚱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여성들의 자유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여성들의 비만시대의 막이 올라가고 있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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