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남성분이 왼쪽 골반과 사타구니 안 쪽, 고관절이 유난히 아프다고 진료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걸을 때도 절룩거리게 돼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타 병원에서 관절염 진단을 받고 처방해준 약을 복용하고, 물리치료를 받은 지 1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다리를 굽히거나 펴려면 통증이 남아있다고 했습니다.
환자가 아프게 된 사연을 찬찬히 들어보니 오래 전부터 오른쪽 다리에 좌골신경통이 있어 고생을 했는데 특히 운전하는 동안에는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는 게 힘들어 왼발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이한 운전 습관에 놀란 제게 오히려 1년이나 되다 보니 오히려 자신의 능숙함을 자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이 환자의 통증의 원인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미국생활이 한국과 다른 점 중에 하나가 바로 긴 운전시간에 있습니다. 보통 하루 한두 시간은 운전하기 일쑤입니다. 차라리 프리웨이에서 크루즈 기능을 사용하면서 운전하면 덜 피곤하지만, 아무리 프리웨이라도 길이 막히거나 신호등에 자주 정지할 때는 브레이크와 엑셀을 번갈아 밟거나 브레이크를 계속 밟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경우 발목을 계속 움직이고 힘을 줘야 하므로 발등과 바깥쪽 복숭아뼈 주변의 근육이 먼저 피곤해지게 됩니다. 이러한 피곤함을 덜기 위해 종아리와 허벅지의 근육들을 사용하게 되고, 좀 더 지나면 골반과 허리의 근육들까지 동원하게 됩니다.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되면 결국 발목과 무릎을 지나 안쪽 깊숙이 있는 고관절까지 부담을 주게 되어 관절염을 초래하게 됩니다.
위의 환자 분의 경우 운전습관이 고관절염을 유발한 경우지만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잘못된 운전 자세로 인해 허리 디스크나 좌골 신경통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당겨서 MRI를 찍어봤더니 디스크가 돌출되었다고 진료를 받는 많은 분들이 운전시 발목에서 시작된 피로가 위쪽으로 종아리, 허벅지, 골반, 척추 순서로 영향을 미쳐 결국은 디스크에 이르게 된 경우들입니다. 이 때 대부분의 환자들은 갑자기 디스크가 생겼다고 말하지만 실은 운전습관이 디스크에 장시간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운전 습관은 양파껍질처럼 여러 겹으로 된 디스크에 부담을 주고, 디스크는 겉에서부터 한 겹씩 찢어지다가 체중에 의해 눌려 조금씩 밀려나오게 됩니다. 그러다가 신경을 자극하게 되면 그제야 엉치나 다리 쪽으로 저리고 당긴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시간의 운전으로 인한 척추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전시간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피로해진 근육들을 그날 그날 풀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아리 근육과 엉덩이 근육을 스트레칭해주면 반복된 동작을 유지하느라 쌓여있던 피로물질과 염증물질들이 배출되어 근육들의 피로가 풀어집니다. 그러면 다시 근육의 싱싱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어 다시 운전을 하더라도 피로가 덜 누적됩니다.
혹시 발목 근육에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지 궁금하시다구요.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린 상태에서 상체를 가급적 편 채로 쪼그려 앉아봅니다. 한쪽 발 뒤꿈치가 땅에서 떨어지거나 정강이 앞쪽이 더 당기는 쪽이 있다면 발목 주변 근육에 피로가 누적된 상태입니다. 이럴 경우 이를 보상하기 위해 다른 부위가 무리하게 되어 무릎이 아프기도 하고 허리가 아프기도 하고 좌골신경통이 생기게도 됩니다.
본인이 테스트 결과 발목 주변 근육에 피로가 많이 누적되었다면 종아리와 엉덩이 근육 스트레칭을 매일 하실 것을 권유해드립니다. 또 운전 시 가능한 등받이를 세우고 가까이 앉아 발목에 무리가 덜 가는 자세를 찾아보아야 합니다. 또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기어를 파킹(P)에 두고 발목을 편하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714)562-7000
이종화 <삼라 디스크전문 한방병원 부에나팍 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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