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패션작품 올릴 수 있는 사이트 인기
잡지 판매대에서 패션잡지 하면 보그나 인스타일 혹은 럭키가 단연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온라인 세상으로 들어가면 이들 유명 잡지는 한낱 3류로 전락하고 만다. 패션에 밝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폴리보어(Polyvore)라는 요즘 잘 나가는 사이트로 온통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온라인의 의류·액세서리·모델 따와서 작품
하루 거의 3만개 패션 작품들 사이트에 등장
보그·인스타일 등 기존 잡지들 제치고 급부상
폴리보어는 사용자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패션 잡지이다. 광고 역시 사용자들이 스스로 올린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누구나 패션 편집장이 될 수가 있다.
웹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옷과 액세서리, 모델들을 골라 콜라주해서 스스로 패션 작품을 만들어 낼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을 폴리보어에서는 ‘세트’라고 부른다. 독자들은 이 사이트에 들어가 패션작품 즉 세트를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드레스나 목걸이가 있으면 클릭하고, 그렇게 되면 바로 이들 상품을 파는 사이트로 들어가게 된다.
폴리보어는 야후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동료 3사람이 창업했다. 지난 2007년 사이트를 만든 후 이제까지 중점을 둔 것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사이트를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것.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폴리보어를 방문한 사람은 83만5,000명이 넘는다. 보그에서 운영하는 사이트(Style.com)와 인스타일의 사이트(InStyle.com)을 찾은 방문객보다 거의 25%가 많은 숫자이다.
폴리보어 방문객 수는 럭키, 하퍼스바자 같은 잡지 웹사이트 방문자보다는 물론 훨씬 많다. 다른 패션 잡지들은 온라인 독자들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면 폴리보어는 지난해 방문객 수를 3배로 늘렸다.
이제 폴리보어는 돈을 버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폴리보어도 다른 잡지 사이트들처럼 광고를 올린다. 아울러 사용자들이 특정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오른 옷을 클릭하거나 구입하면 그에 따른 커미션도 받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특정 의류나 액세서리 사이트와 협력관계를 맺어서 그들 상품 캐털로그를 폴리보어에 올려주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폴리보어는 점점 시들해가는 온라인 구매시장에 상당한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폴리보어의 공동 창업자이자 사장인 파샤 사드리는 말한다.
“온라인 소매가 시작된 것은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했을 무렵입니다. 그런데 지금 온라인 구매 사이트들은 여전히 같은 엔진을 사용하면서 셔츠를 팔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되지요. 의류는 훨씬 더 시각적 상품이니까요”
카메라나 책 같은 상품들과 달리 옷이나 액세서리는 전체 의상의 한 부분으로서 구매된다는 점을 그는 강조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이트들은 여전히 옷을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드리 사장은 야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중 폴리보어에 관한 아이디어를 갖게 되었다. 온라인에 떠있는 내용들을 이리저리 주어 모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인 야후 파이프스를 그가 담당하고 있었다. 폴리보어 방문객들이 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일이다.
폴리보어 사용자들이 웹 서핑을 할 때 그들이 쓰는 장치는 클리퍼라는 장치이다. 여러 사이트를 다니며 마음에 드는 이미지들을 따와서 폴리보어에 저장해 두었다가 패션 콜라주를 만드는 데 쓰는 것이다. 일반 이용자들 뿐 아니라 브랜드나 온라인 구매 사이트들도 자사 상품들을 폴리보어에 올릴 수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폴리보어에 오른 이미지의 95%는 일반 사용자들이 올린 것이다. 이렇게 오른 이미지를 폴리보어는 본래 사이트로 연결되게 해준다.
폴리보어 사용자들은 옷이나 의류를 여러 사이트에서 끌어다가 패션 작품, 즉 세트를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설명도 넣을 수 있고 음향도 넣을 수 있다. 등록된 사용자 92만8,000명이 하루에 만들어 내는 세트는 2만8,000개에 달한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폴리보어는 패션 회사들을 스폰서로 불러와 특정 행사를 지원하게 한다. 예를 들어 토리 버치는 베니스 영감을 살린 올 여름 컬렉션 홍보를 위해 사용자들이 베니스 분위를 주제로 한 세트 만들기 경연대회를 열었다. 물론 토리 버치의 의류들을 이용하는 세트이다.
시카고에 상점을 두고 온라인 매매도 하는 로리스 슈즈는 최근 폴리보어를 통해 들어오는 방문객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폴리보어는 로리스 슈즈로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이었다.
이제 로리스 슈즈는 폴리보어에 광고를 내고 싶어 한다. 웹사이트의 막대 광고나 클릭한번마다 돈을 내는 광고 보다 폴리보어를 통해 오는 고객들이 괜찮은 손님들이라는 것이다. 이들 패션 감각 있는 고객들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패션 향방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폴리보어로 패션 고객들의 관심이 모이자 일부 온라인 소매상들은 폴리보어의 테크놀로지 사용 권을 사들여 자사 사이트에 이용하기도 한다.
폴리보어는 또 자사 사이트 방문객들을 중심으로 상품 선호도를 분석하는 자료를 만들어 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어떤 디자인의 구두가 맨해턴에서 유행이고, 어떤 디자인은 LA에서 더 유행인가를 소매상들에게 알려주는 자료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디자인을 어느 지역에 얼마나 보낼 지를 패션회사들은 파악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일반 고객들은 폴리보어 사이트에 들어가면 지금 어떤 패션이 유행인지를 당장 알 수가 있다. 한달에 한번 나오는 패션 잡지들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폴리보어 상품 매니저인 제스 리에 의하면 올 가을 유행 품목은 겉으로 드러난 지퍼, 손가락 없는 장갑, 나비 무늬 등이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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