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LA 남쪽에 있는 세리토스 인근과 북부 오렌지카운티지역을 일컫는 소위 ‘남가주 OC 중부지역’에 이미 한 개의 한인회가 결성돼 있는데도 다시 두 군데서 발족을 준비하고 있어 비슷한 지역에 모두 3개의 한 인회가 난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 지역 즉, 세리토스, 놀웍, 아테시아, 라팔마, 사이프러스 등은 행정구역상 ‘시’ 로 나뉘어 있지만 서울로 치면 큰 ‘동’ 만도 못한 자그마한 ‘시티’들이다. 최근에 학군이 좋아 한인 인구가 증가는 하고 있으나 거기가 거기인 동네에 한인회장이 3사람이나 있을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이러다가는 미 전역에 걸쳐 ‘1시 1한인회 시대’ 가 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로 미국 50개 주에는 모두 163개의 한인회와 한인회장이 있다고 한다. 물론 어느 곳이던 한인회장은 무보수 봉사직이다. 제대로만 한다면 이민초기의 사람들이나 어려운 사람들, 또는 유학생이나 여행객들에게 한인회 사무실은 오아시스 같은 장소이고 한 인회장은 ‘너무나도 고마운 아저씨’들이다.
‘이민 100년사’를 들춰보면 한인회는 때로 국권회복의 본거지로, 때로는 민주회복 운동의 중심지로 자리잡으면서 훌륭하고 존경받는 한인회장을 다수 배출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88 서울 올림픽’ 이후 한인들의 한국 왕래가 잦아지면서 무언가 성공한 이민자라는 증표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때 ‘한인회장’이라는 명함은 무관제왕으로 살아가는 이민사회에서 아주 돋보이는 신분증명서가 되고 만다. 물론 이 시기에도 헌신으로 일관한 한인회장들이 더 많기는 했지만 그중에 더러는 오직 ‘명함’을 위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한인회장이 된 다음 그 이후에는 동포들에 대한 봉사와 권익옹호는 어디 가고 그저 여기저기 얼굴 내미는 데만 열중인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었다.
여기에 촉진제 역할을 한 것이 최근의 재외국민 참정권 허용이었다. 지난달 하순 서울에서는 전 세계 61개국에서 330여명의 한인회장과 임원들이 모이는 세계 한인회장 대회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는 전과 달리 대통령에서부터 장관, 여야 국회의원들이 많이 참석해 융숭한 대접을 베풀면서 저마다 한 표 부탁을 하기도 한 모양이다. 서울에서 들려오는 이런 소식과 한인회장 난립이 결코 무관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인회장이 정말 그 지역의 표심을 좌지우지 할 수 있으며 또 한인회장 이어야만 반드시 이웃에 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지난주 어느 모임에 갔다가 너무 예쁜 이름의 단체를 소개 받았다. ‘좋은 세상 가꾸는 사람들’이라고 주로 OC 남부지역의 젊은 부인들이 중심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관심을 갖고 더불어 살아 나가는 일을 해 나가고 있는 아름다운 모임이었다. 삭막한 이 땅에 어쩌다 저렇게도 신선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지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 주변에는 꼭 한인회같이 알려진 단체가 아니더라도 교회를 비롯해 알게 모르게 서로 돕고 시민정신을 함양해 가는 그런 건강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 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는 끊임없이 분열하고 독립하려는 움직임과 연대해서 통합해 가려는 두 가지의 큰 흐름이 병존하고 있다. 분열이 과거 잔재의 해체과정이고 통합은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는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면 지금 이 땅에서 우리가 미래를 향해 좋은 세상을 가꾸기 위해서는 분열보다는 통합의 길, 뺄셈보다는 덧셈의 방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김용현 / 한민족 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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