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부’(1편)의 가장 극적인 장면이 돈 클레오네의 막내아들인 마이클이 식당 화장실에 감추어 놓은 권총을 들고 나와 타타글리아파의 솔로쪼와 부패 경관을 사살하는 장면이다. 이에 앞서 솔로쪼는 돈 클레오네의 참모인 톰을 납치해 마약거래 사업에 협조할 것을 설득 하면서 긴 이야기 하지 않고 한마디로 경고한다. “나, 시실리언이야, 자네도 알고 있지?”
시실리언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로마에서 비행기를 타면 1시간 10분 만에 시실리 주도인 팔레르모에 도착한다. ‘팔코네-보셀리노’라는 팔레르모 국제공항의 명칭부터가 시실리가 어떤 곳 인가를 실감 있게 표현한다. ‘팔코네’와 ‘보셀리노’는 마피아 일망타진 작업을 추진하다 암살된 두 판사의 이름이다. 공항 출국 계단 옆에 두 판사의 얼굴동판이 걸려있고 거기에는 ‘뉴 시실리의 긍지’라고 새겨져 있다.
마피아는 시실리의 대명사처럼 되어있다. 1900년대 초 뉴욕과 시카고에서 시실리언 마피아의 범죄가 극성을 부려 미국이 이탈리언 이민을 제한한 적이 있다. 이때 미국의 이탈리언들이 “시실리언은 이탈리언이 아니다. 그들은 별도로 취급해야 된다”고 항의한 적이 있다. 사실 팔레르모를 돌아다녀 보면 시실리언들의 얼굴 모습이 북쪽 이탈리언들과는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북쪽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노랗고 피부가 희며 눈이 파란데 비해 시실리언은 구릿빛 얼굴에 머리가 까맣고 눈도 브라운이나 블랙이다. 성격은 더더구나 천지차이다. 왜 이탈리언들은 시실리언을 차별하려 들까.
시실리는 1861년 가리발디가 이탈리아를 통일하기 전까지 프랑스와 스페인의 부르봉 왕조가 다스리고 있었다. 그 이전에는 영국과 스페인의 아라공 왕조, 한때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도 지배한 적이 있다. 물론 로마제국이 통치한 적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독특한 것은 이슬람 왕국인 사라센이 오랫동안 다스려 시실리언에게는 아랍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팔레르모에는 라 칼사라는 올드타운이 있는데 이곳이 아랍계가 몰려 사는 지역으로 약간 으스스한 동네다. 팔레르모 시내는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언 거리등 상가가 나뉘어져 있으며 아랍과 스페인 타운이 좀 구질구질하다. 시실리는 음식 맛있기로 유명하다. 올드타운의 ‘라 부치리아’ 시장거리는 중국의 광동 음식시장을 연상케 하며 관광객이 항상 붐빈다. 오징어의 먹물로 만든 스파게티 네로는 자장면과 비슷한데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시실리는 유럽과 아랍문화의 혼혈아다. 아랍이 이 섬을 다스릴 때 팔레르모는 바그다드와 런던 다음으로 번창한 무역도시였었다. 그러나 유럽세력이 통치하자 차별대우로 가난해진다. 1900년대 이탈리언 미국이민의 주류를 이룬 이유가 이들이 가난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이탈리아계 대부분이 시실리와 나폴리 등 남부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는 시실리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부른다. 프라다. 피아트, 페라가모, 피아트, 페라리, 알마니, 키안티, 피렐리 등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상표는 모두 북쪽 상품이다. 남쪽의 대명사는? 상품은 없고 카루소, 소피아 로렌, 피자, 스파게티, 마피아, 까모라 등이다.
그러나 시실리언은 음식 잘하고, 화끈하고, 인간미 넘치고, 노래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여자 팝가수 조르다노도 시실리언이다. 북쪽사람들은 거만하고 약간 차가운데 비해 시실리언은 화끈하고 특히 관광객에게 굉장히 친절하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시실리언을 꼽고 싶다. 시실리언은 이탈리언이면서 모든 면에서 이탈리언 적이 아니다. 시실리언은 시실리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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