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해 전 일이었다. 평화봉사단 본부에서 나라와 인류를 위하여 평화봉사단에 지원하지 않겠느냐는 편지가 왔다. 당시 나이가 60이 넘었지만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 단체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을 찾고 있지만 은퇴한 사업가나 전문경영인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터였다. 처음 창설될 때 전체 지원자의 1%가 나이 50세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5%를 넘고 부부 지원자가 꾸준히 상승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은퇴한 다음 봉사단원으로 중국 내륙지방이나 동유럽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곳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것을 가르치고 그들에게 배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중국 문화나 언어를 배우거나 로마제국과 신성로마제국의 발자취를 답사하며 역사를 배우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30여년 넘게 운영해 온 사업체를 그리 쉽게 손 놓을 수 없기도 했고 그때 막 시작한 늦깎이 공부 때문에 다음 기회를 보기로 했다.
평화봉사단은 1961년 3월1일 관련법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발족했다. 미국 사람들을 그들을 필요로 하는 나라에 보내 현지 인력을 훈련시키고 미국을 홍보하는 기구로 시작했다. 이후 40여년 동안 약 20만명의 봉사자가 세계 각처에서 민주주의의 선교사로 봉사하기에 이르렀다.
미네소타 상원의원과 부통령을 지낸 휴버트 험프리가 발의했고 젊은 대통령 존 케네디의 최종 결정으로 탄생되기에 이르렀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 징집제가 있어 군복무 대신에 평화봉사단 2년 봉사의 기회를 주기도 하여 평화봉사단이 병역기피 자들의 온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은 상원의원시절 평화봉사단 창설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며 그의 대통령 취임사에서 미국민을 향한 유명한 연설을 했다.
“나라가 여러분을 위하여 어떻게 하라고 요구하지 말고 여러분이 나라를 위하여 어떻게 하여야 할지 생각해야 됩니다”
이 연설문이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해야 할 의무를 요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평화봉사단의 봉사와 헌신을 뜻한 것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연설에 미국 시민정신이 지금도 면면히 흐르고 있다.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수퍼 파워가 된 미국을 여러 나라 사람들이 그리고 좋은 눈으로 보지 않아 정부당국에서 신경을 쓰고 있을 때였다. ‘어글리 아메리칸’ 이니 ‘미 제국주의자’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이때에 평화봉사단이 빛을 보게 됐고 아프리카의 신생독립국인 가나와 탄자니아에 평화봉사단 파송으로 전 세계를 향한 봉사활동의 문을 열었다. 2년간의 봉사기간에 처음 여러 달은 해당국가 언어를 집중교육 시켰다. 프로그램이 잘된 언어교육을 몇 달 받으면 파송될 나라의 말을 제대로 구사하게 된다.
그들의 언어교육은 참 효과적이다. 봉사단원들의 언어구사력을 보면 10여년 넘게 영어교육 받고도 입도 뻥끗 못하는 우리와 크게 비교가 되기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몇 사람은 평화봉사단원으로 충청도 시골에 가서 영어선생을 했다. 이들이 나와 우리말로 이야기할 때 충청도 사투리를 느릿느릿해서 배꼽을 잡기도 했다.
평화봉사단원들이 귀국하여 직장을 얻을 때면 봉사정신과 리더십이 인정되어 직장을 쉽게 얻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보통의 미국 사람들보다 식견도 높고 성숙하여 돌아온 이들은 대부분이 파견되었던 나라의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한다. 현재 주한 미국대사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주위에 대학을 졸업하고 방황하는 우리 젊은이들을 보면 이런 봉사단체에 들어가 세계를 향한 안목을 키우라고 권유한다. 2년이 인생의 낭비가 아니고 다음 단계를 향한 도약의 발판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나도 몇 년 후면 은퇴하고 평화봉사단에 원서를 내려고 계획한다. 이제 70이 가까워오는데 아직도 철이 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듣는 것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나도 평화봉사단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싶다.
이종혁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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