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고 정겹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친숙하다. 이승철 동덕여대 교수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첼시의 아트게이트 갤러리에 들어서는 순간, 색과 재료의 질감으로만 표현해내는 추상 작품들로 가득찬 전시장이 주는 느낌들이다.
찬찬히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관람객들은 어떻게 이런 자연스런 색을 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게 마련이다. 그때 전시장 한쪽에서 상영중인 영상을 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이 교수가 인간문화재급인 염색의 장인과 함께 까다롭고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쳐 색을 만드는 과정이 기록된 다큐멘터리다.
이 교수는 한지, 천연염색, 안료, 먹 등 고유의 미술 재료를 20년간 연구해 온 전문가지만 화가와 미술 재료 연구가로 구분하는 자체가 자신에게는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서울대 미대와 동대학원을 전공한 화가인 이 교수는 90년대 초반 “내가 정말 원하는 색과 종이로 작업을 하고 싶다”는 욕구로 직접 재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연 염색과 한지에 관한 다수의 책을 출간하며 한국에서도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결국 “화가로서의 욕망이 연장된” 연구들이었다.
이 교수의 작품은 와인을 떠올리게 한다. 깊이 있는 컬러가 와인의 색을 연상케도 하지만 무엇보다 100% 천연 성분이기 때문에 숙성하고, 변색하며, 더욱 그윽해진다. 실제로 한 작품은 처음뽑아낸 색과 10년, 15년 후에 변색된 상태를 한 캔버스(한지)에 배치했다. 어떤 작품에는 조금씩 흘러내렸던 물감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기도 하다. 시간이 만들어 낸 작품들이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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