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보트를 타고 바다 쪽에서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바라다보는 경치는 참으로 아름답다. 그런데 부촌인 머린 카운티를 지날라치면 바닷가에 캠퍼스를 연상케 하는 웅장한 건물이 나타난다. “저게 무슨 대학이지? UC 버클리인가? 기가 막힌 곳에 자리잡고 있네”하고 관광객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절경을 이루고 있는 이 건물은 대학교 캠퍼스가 아니라 악명 높은 샌퀸틴 교도소다. 장기복역수 5,000여명 가운데 사형수가 650여명이다. 사형수 많기로는 세계 제일이다. 수잔 헤이워드가 주연한(여죄수 바바라 그래함 스토리) 영화 “나는 살고 싶다”에 등장하는 개스 처형실은 진짜 샌퀸틴 처형실이며 컨트리 송 가수 자니 캐시가 죄수 위문 콘서트를 가져 히트곡을 내놓은 곳도 바로 이 교도소다. 샌퀸틴은 현재 남자 죄수들만 수용하고 있으며 개스실의 위헌 판결에 따라 94년부터는 독극물 주사 처형실로 바뀌었다.
지난 달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캘리포니아의 적자예산을 메우기 위해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샌퀸틴 건물과 땅을 팔겠다고 내놓아 죄수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악명과는 달리 샌퀸틴은 미국에서 죄수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선망의 교도소다. 경치 좋고 시설 좋아 장기복역수들은 그곳에서 일생을 마치기를 원한다. 대부분 살인범들이며 독립투사인 장인환의사가 한일합병을 칭찬한 미국 외교관 스티븐스를 사살하고 10년 복역한 곳도 샌퀸틴이다.
그런데 샌퀸틴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 있다. 가족면회다. 처음에 죄수들이 이곳에 수감되면 부인들이 부지런히 찾아온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부인의 면회 횟수는 줄어든다. 마침내 4,5년 지나면 그때는 발길이 끊긴다. 남편이 20-30년이나 감옥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도 부인들이 재혼하는 모양이다. 변함없이 매주 혹은 매달 찾아오는 사람은 어머니뿐이라고 한다(LA 타임스에서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음).
문제는 아버지다. 흉악범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면회를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런 놈은 내 아들이 아니야”가 아버지의 자세이고 “아무리 악하다 해도 내 아들인데”하며 포기하지 않는 것이 어머니의 자세다.
여성에게 있어 자식은 자기 신체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자식 사랑’은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자식사랑은 좀 다르다. 가치판단에 기준을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이 만족할만한 선에 들어오지 않으면 자식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조건적인 사랑이다. 특히 도덕면에서 불만족스러우면 썩은 계란 품어봤자 병아리 될 가망이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고 이는 냉랭한 무관심으로 나타난다.
아들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부도덕하거나 파렴치하면 아버지로 여기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포드대통령과 클린턴대통령이다. 이들은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를 증오한 나머지 원래의 성을 버리고 계부의 성을 따랐을 정도다. 인간성 좋기로 이름난 포드대통령이었지만 생부의 장례식에 불참할 정도로 한이 맺혀 있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피보다 진한 것이 사랑이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사랑 없는 ‘부자지간’이 너무나 많다. 이번 주말 아버지의 날을 맞아 아버지와 자녀들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모든 성공은 어머니 덕분이고 모든 실패는 아버지 탓이라는 생각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정상참작이 안 된 억울한 판단이다. 먼저 “나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를 이해해야 아버지 사랑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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