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 조치를 취한 것은 지난 달 30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고난 뒤 23일만이자 그 후 불거진 딸 노정연씨의 뉴저지 콘도 매매 의혹과 관련 부인 권양숙 여사에 대한 검찰 재소환이 예정됐던 날이다.
검찰이 노정연씨가 “찢어버렸다”는 매매 계약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의 콘도가 경주현 전 삼성종합화학 회장의 딸 경연희씨가 미국 은행으로부터 모기지를 얻어 같은 콘도 단지 같은 층에 매입한 2채 콘도 중 1채라는 사실과 그로 인한 또 다른 의혹이 한국 언론 보도를 통해 본격 제기되기 시작한 바로 다음날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이 이 같은 극단 조치를 취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단 그가 지난 1일 새벽 2시20분 10여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고 난 뒤 자신감을 내비쳤고 그 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검찰 주장에 맞서 대응까지 하는 여유를 보여줬다는 점을 볼 때 무엇인가가 이 23일 사이 내에 그에게 큰 심적 변화가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그가 마지막으로 산에 오르기에 앞서 자신의 컴퓨터에 가족 앞으로 남긴 짧은 유서 내용 에는 이런 변화와 절망감이 그대로 묻어난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한국은 지금 애도와 분노, 애석함과 실망이 뒤범벅된 묘한 민심으로 술렁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였으며 언론은 이에 장단 맞춰 때리고 그 뒤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보복’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책임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마치 이러한 민심의 흐름을 예측한 듯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긴급회의를 갖고 ‘공소권 없음’으로 그에 대한 수사를 종결했다.
가족에 대한 수사도 함께 종료했다. 결국 640만달러 뇌물수수 의혹은 영구미제로 남게 됐다. 이는 훗날 세상이 노무현 대통령을 되돌아볼 때 이 의혹의 꼬리표가 그와 그의 가족에게 늘 따라다니게끔 한 결론이기도 하다.
이번 수사 결과로 노 전 대통령은 목숨을 잃었지만 검찰은 목숨보다 더 소중한 ‘진실과 정의’에 대한 사명, 그리고 더 나아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한국 국민들은 사실 대통령의 서거뿐만이 아니라 한국 법의 죽음도 함께 애도하는 ‘이중 장례’를 치른 셈이다.
신용일
뉴욕지사 기획취재 전문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