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시애틀협의회 간사)
약자의 삶을 위한 인권변호사와 민족의 평화주의자로서, 그리고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귀중한 자존심을 지키는 일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던지는 길밖에 없었나 보다.
아무리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이라고 하지만 그 고독함 가운데서 마지막 외출을 죽음으로 선택하기까지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서운함이 배어 있었을 것이다. 누구든 죽음 앞에서는 겸허해야 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삶’속에 내재된 그 깊은 의미를 채 알기도 전에 그 분의 죽음을 대하니 많은 생각이 든다.
아마도 죽음을 택한 것이 그분과 가족을 향한 검찰의 칼질에 항변할수록 초라해지는 스스로의 분노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 인간으로서 고집스럽게 이단아를 자처했던 그 분의 삶을 비추어 볼 때 자신의 그것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시대에 대한 절망 때문이 아니었을까?
시대는 주류의 관행적 악습에 그토록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정작 시대의 허위의식과 기만에 대들고 울부짖으며 기존 금기에 도전하는 그분을 오히려 아주 증오스러운 냉소 아니면 저급한 학벌론으로 가두어 버렸다.
?더욱이 슬픈 것은 이렇게 죽은 자를 위한 애도나 추모의 모습도 잠시일 뿐, 산자들은 늘 그래왔듯 다시 일상 속에서 변신과 반칙을 서슴없이 저지르며 그렇게 한 사람을 참담하게 발가벗기고도 새로운 기대로 또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대의 광기스러운 모순으로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이기에,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 세워야 할지 두렵다.
이제라도 살아있는 사람들은 생전의 그분에게 진정한 이별의 인사를 고해야 한다. 사람을 이용하고 죽일 수는 있어도 욕된 모습으로 마지막 떠나 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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