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45도 이상 기울면 살아남기 힘들다. 망한다, 망한다 소문이 돌던 크라이슬러 자동차가 결국 파산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40억달러나 긴급수혈 하고 스스로도 지난 2년간 3만2,000명이나 감원하는 등 몸부림을 쳤지만 끝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동안 단위가 높은 비타민을 먹이고 스테로이드 주사까지 놓는 등 별 처방을 다했지만 크라이슬러는 결국 파산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1999년 연간 264만대가 팔리던 자동차가 2008년에는 145만대로 줄었으니 망하지 않고 배겨 나겠는가.
아이아코카의 신화를 타고 90년대에 불같이 일어나던 크라이슬러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크라이슬러는 원래 기술을 중요시한 메이커다. 6기통 엔진도 크라이슬러가 처음 만들어 냈고 자동차를 상자모양에서 유선형으로 스타일을 바꾸어 놓은 메이커도 크라이슬러다. 창업주인 월터 크라이슬러가 GM의 뷰익 사장직을 던지고 나온 것도 GM의 기술개발 등한시 정책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동차의 질을 중요시하는 제작중심 CEO 였다. 그러다가 다음 세대에서 경리 출신인 타운센드가 사장이 되자 크라이슬러는 이익만 쫓는 모습으로 변해 대형차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고 석유파동이 일자 회사가 파산의 문턱에 까지 갔다. 이때 운 좋게 아이아코카라는 구세주를 만나게 된 것이다. 아이아코카는 포드에서 밀려난 것에 한이 맺혀 있었기 때문에 복수심에 불타 전력투구로 크라이슬러를 살려내는 기적을 보였다.
CEO가 힘이 없으면 주주들에게 휘말리게 되어있고 이렇게 되면 회사 경영진이 주식 값에만 목을 매기 마련이고 사내에서 제작 사이드가 아니라 경리 사이드에서 주도권을 쥐게 마련이다. 아이아코카가 92년 은퇴하자 크라이슬러에도 이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자동차의 마일리지는 개발할 생각을 않고 주식 값 인상만 생각하다가 독일의 머세데스 계통인 다이믈러를 대주주로 끌어 들이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때 은퇴한 아이아코카가 재벌 케코리언 등을 내세워 다시 크라이슬러를 사들이려고 했으나 이사진의 반대로 수포로 돌아갔다. 지금은 쓰러져가는 크라이슬러를 이탈리아의 피아트가 인수하려고 달려들고 있다. 이는 뱀이 호랑이를 잡아먹는 꼴이다.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크라이슬러의 파산은 GM의 파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데 그 심각함이 있다.
“GM에게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는 윌슨 GM 사장의 명언은 이제 더 이상 명언이 아니다. GM은 파격적인 직원 대우로 미산업계에 신화를 남긴 생산업체다. 퇴직직원의 연금제도, 건강보험, 복지혜택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노동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생산업체 였다.
그러나 이같은 파격적인 대우가 시간이 흐르자 GM과 크라이슬러의 발목을 묶어놓는 역효과를 나타냈다. 퇴직직원들의 엄청난 복지예산을 뒷받침 하느라 자동차 생산가격을 낮출 수가 없었고 이 때문에 도요타와 현대와의 경쟁에서 패배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두 회사 모두 파산한 다음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여 재출발 하겠다는 것이 파산신청의 배경이다.
자동차의 메카로 불리던 디트로이트의 비참한 모습은 일등을 유지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노조의 지나친 요구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그 부작용이 후일 어떤 형태로 변해 기업의 발전을 저해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크라이슬러와 GM이 걷고 있는 사양길은 현대자동차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학습장이기도 하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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