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인들의 우울증, 특히 남성들이 겪고 있는 우울증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NIK 정신질환센터에 따르면 한인은 일본, 필리핀, 중국계보다도 우울증 비율이 높으며 아시안 남성중 한인 남성이 우울증 진단 비율이 가장 높다.
우울증은 학력, 직업, 경제력 같은 조건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인사회는 정신질환 치료에 대해 아직도 구시대적이고 비생산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정신력만 강하면 된다는 그릇된 생각에 한인들을 포함한 아시안들은 정신건강 문제를 계속 미루고 도움을 청하지 않다가 치료를 받을 때쯤 되면 더욱 심각한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 심리학자인 크리스 이 박사가 들려주는 얘기다.
주로 남성들이 정신건강 거론과 치료를 꺼려하며 시인하기를 거부한다. 감정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어렸을 때부터 배워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들을 약하게 보이게 하는 감정 표현은 회피한다.
그렇다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몸이 아플 때 의사한테 가듯이 정신건강의 문제가 있을 때 정신과 의사에게 가거나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는 건 당연하다. 고민거리가 생겼는데 상의할 대상이 없다면 상담 전문가를 찾는 것도 좋다.
한국어 상담을 제공하는 한인단체들도 많고 한인사회 밖에 있는 ‘라이트 인스티튜트’(Wright Institute) 같은 비영리단체도 저렴하고 전문성을 갖고 있다.
물론 상담이나 정신질환 치료약이 만병통치는 아니다. 증상이 덜 심한 이들은 상담을 받으면서 정기적으로 묵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운동을 하고, 친구들과 친지들도 만나며 건강을 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건강을 다른 건강문제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과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 의사나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바람직하고 건강한 자아를 가져야 존중과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한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갈등은 언제나 생기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해소 하느냐는 것이다.
한인들의 평균보다 많은 가정 폭력은 갈등의 해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이다. 이 박사는 이것을 가부장제 사회의 악순환이라 진단한다. 중국과 한국에서의 남아선호사상은 여성들로 하여금 아들을 통해서 가치와 권력을 가지려는 경향을 갖게 만들며 이것이 양육과정에서 남자 아이들에게 현실과 동떨어진 자아를 심어준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아들은 모종의 나르시즘에 빠진 어른이 되어 모든 이들이 자기를 위해야 한다는 착각 속에서 남자로서의 위상이 흔들릴 때는 참을성을 보이지 않고 곧바로 화를 버럭 내는 사람으로 둔갑한다. 이 분노의 도가 심해지면 가정폭력이 된다.
생각해 보라. 한국과 같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태어나 대학 졸업하고 건너온 많은 1세 한인 남성들이 미국 와서 가게나 세탁소를 쉴 틈 없이 운영하고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면서 어찌 정신적 고통이 없을 수 있겠는가. 특히 자녀들과의 갈등은 심각한 수위에 도달해 있다.
2세 자녀는 자식으로서 부모가 미국에 이민 온 이유가 그들한테 더 좋은 교육과 성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인 만큼 압박감을 느낀다. 즉 공부 잘해서 좋은 학교 나오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부모가 피땀 흘려 일한 보람을 느끼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자녀들이 많다. 만약 아들이 부모에 대한 보답심리에 마음에도 없는 직장에서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면 이것 또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주위를 잘 둘러보자. 갈등은 없는 양 무시하기 보다는 시인하고 풀어나가야 원만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 그래야만 서로에 대해 솔직해지고 사랑하는 이들과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진정한 행복의 출발점은 건강한 인간관계이다.
조남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