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백자는 틀과 문양이 정형화돼 있다 시피하다. 쓰이는 색도 한정돼 있다. 조선 백자는 이처럼 극히 소박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당시로는 하이테크 중의 하이테크 산물이었다.
17세기 이전 전 세계에서 백자 기술을 가진 나라는 중국과 한국 두 나라 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첨단기술이었다. 그 백자가 조선에서는 너무 흔한 탓인지 천하게 취급됐었다.
그 백자기술이 일본으로 전파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명치유신은 도자기 교역의 산물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17세기 때 까지만 해도 백자 수출은 중국의 독무대 비즈니스였다. 그 중국의 도자기 산업이 이 명청(明淸) 교체의 혼란기를 맞아 쇠퇴한다. 질 좋은 도자기를 얻을 수 없게 된 유럽이 때마침 주목하게 된 게 일본의 ‘아리타야기’(有田燒)다.
이 아리타야기는 다름 아닌 조선의 도공들이 빚어낸 백자로, 유럽의 왕족과 귀족들은 이 귀중한 도자기를 손에 넣기 위해 재물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도공들은 사실 조선에서는 천민 신분이었다. 일진왜란 때 끌려간 그 조선의 도공들이 일본에서는 장인 대접을 받았다. 그로부터 반세기 후 일본의 도자기 문화는 세계적 수준에 이르고 그 중요성을 잘 활용한 일본은 막대한 부를 축적, 역사를 바꾸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 요즘 막걸리가 유행이라고 한다. 그 막걸리의 위상이 그런데 한국과 천양지차다. 물먹듯 마구 마시는 게 아니고 세련된 여성들이 마시는 웰빙 술로 자리 잡았다.
담긴 병이나 포장부터가 고급이다. 그리고 색색의 수십 가지 칵테일도 개발돼 아주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농민들이 일하다가 퍼마시던 막걸리가 일본에서는 고급술로 변신해 일본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막걸리뿐이 아니다. 한국의 서민대중이 즐기던 음식들도 인기라고 한다. 지지미, 김치찌개는 물론이고 돼지국밥 같은 토속적 메뉴도 일본인 입맛에 맞게 변형돼 유행이라는 것이다. 그 음식이 한국음식인지도 모르고 일본의 젊은이들은 그 맛에 열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이룩하자. 요즘 한국의 화두인 모양이다. 민관합동의 한식세계화 추진단이 공식 출범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한국음식을 알리는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다.
한식 세계화의 첩경은 그러면 무엇일까. ‘전통음식 보존과 개발에 충실해야 한다’가 우선 그 답으로 보인다.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또 다른 첩경은 맛의 현지화에 있는 것 같다.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을 시도하는 것 말이다. 이 점에서 그동안 한식세계화의 첨병역할을 해온 미주의 한국식당들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그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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