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 지역에 모처럼 본국의 거물급 정치인이 찾아온다.
’선거의 여왕’으로도 불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소장 신기욱 교수)초청으로 방문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초지일관형의 반듯하고 곧은 정치인으로 평가되고 있어 본국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동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북가주지역에서도 박 전 대표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그가 북가주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각종 단체에서 환영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SF지역과 새크라멘토, 몬트레이 등 북가주지역의 3개 한인회는 공동으로 박 의원의 방문을 환영하는 전면 신문광고까지 내보냈다. 그 광고에는 오는 8일 샌프란시스코 시청홀에서 박 전 대표를 위해 1인당 참가비 100달러의 환영 만찬회를 연다는 안내가 담겨 있다.
북가주를 찾는 한국의 거물 정치인에 대한 한인사회 대표단체들의 이같은 대대적 공개환영 이면에는 그가 본국의 정치무대에서 한인동포사회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대변해줄 것을 바라는 마음이 깃들여 있을 것이다. 또한 대내외적으로 큰 영향력을 지닌 정치인인 만큼 한인들의 이익과도 직결되는 한미관계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기대하는 심정도 밑바탕에 깔려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회 차원에서 환영만찬 행사를 벌이는 것은 ‘과유불급’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한인회는 마음이 동하는 몇 명이 모여서 만든 친목단체가 아니다. 한인회는 각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동포들을 하나로 모으고 중립적 입장에서 일을 처리해 나가야 하는 지역사회 한인동포들의 대표단체이다. 그런 한인회들이 이처럼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아스럽다.
박 의원은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현 집권당 소속 정치인으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 더더욱 그에 대한 환영행사는 신중해야 한다.
이번 환영만찬 행사를 기획한 당사자들이 박 의원 측과 어떤 인연이 닿아 있는지는 모르나 오히려 이런 행사는 한인회 차원이 아니라 박 의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된 사적인 단체나 개인들이 모여서 준비하는 것이 옳았다.
더구나 해외동포들에 대한 선거권이 주어진 마당에 북가주 지역의 한인회들이 직접 유력 정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불리는 정치인을 위한 환영만찬 행사를 주관하는 모습이 영 마뜩찮다. 한인회의 처신이 신중해야 함에도 이를 망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기자는 북가주 지역에 있는 몇 명의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원’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박 의원의 장도에 조그만 장애라도 될까 싶어 함부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단지 멀리서 응원하고 성원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환영만찬이 얼핏 정치기금 모금의 성격을 띄운 행사처럼 보이는 것도 문제다. 환영만찬 참석비가 100달러나 된다니 하는 말이다. 본국의 정치인과 현지 교민들 사이의 폭넓은 만남의 자리로 보기엔 어딘지 석연치가 않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1인당 100달러짜리 만찬장에 얼굴을 내밀 수 있는 ‘보통 교민’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렇게 보면 한인사회 대표 단체들이 앞장선 박 의원 환영 만찬은 지극히 정치적인 행사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인회들이 단체로 달려들 ‘이벤트’는 아닐 성 싶다.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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