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격언에 ‘口是傷人斧(구시상인부)요 言是割舌刀(언시할설도)라’는 말이 있다.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라는 뜻이다. 나를 다스린다는 것은 곧 입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말은 칼이나 마찬가지의 파괴력을 지닌다. 부부싸움에서도 언어폭력은 구타 못지않은 상처를 남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비인격자로 낙인찍힌 뒤 한강에 투신자살한 대우건설 사장 남상국씨의 유가족들이 최근 노무현씨를 명예훼손죄로 고발한 케이스는 우리에게 ‘말의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말 한마디로 천냥의 빚도 갚을 수 있지만 말 한마디로 천냥의 빚을 질수도 있다. 일부 야당의원들조차 노무현씨에게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04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사장임기를 연장 해달라며 형 노건평씨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남상국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었다.
“이번 남상국사장은 제가 민정 등에 지시해 청와대 인사사항은 아니나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유임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뒤에 확인까지 했다. 형님의 실수가 있더라도 제가 잘 관리 할테니 그렇게 이해해 달라.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고 크게 성공한 분이 시골에 있는 별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주고 하는 일이 이젠 없었으면 좋겠다”
형인 노건평씨는 시골에 사는 순박한 사람처럼 표현하고 남사장은 파렴치한 지식인으로 묘사 하는 등 단어 한마디 한마디에 칼날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요즘 가족들이 제출한 소장에 의하면 내용이 다르다.
건설 납품업자인 노건평씨의 처남이 대우건설에서 수주 하려고 남사장에게 접근해 돈 문제를 끄집어냈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남씨가 돈주고 인사를 부탁한 것으로 낙인찍은 노무현씨의 판단이 너무 일방적이고 한이 맺힌다는 것이다. 설령 사실이라 해도 대통령이 개인을 거명해 논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며 사실상의 명예훼손이다.
노무현씨와 오바마는 말 잘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그러나 오바마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노무현의 언어’는 항상 오만하며 증오가 스며들어 있고 ‘오바마의 언어’는 겸손하고 밝은 내일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앙이 없는 대통령의 언어는 재주와 자만으로 점철되어 있기 마련이다. 말과 능력의 밸런스가 깨져있다.
말은 곧 인격이며 마음의 초상화다. 노무현 어록을 정리해보면 그가 얼마나 겸손과 거리가 먼 언어를 사용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 시키면 다 깽판 쳐도 괜찮다” “국보법 그 썩어빠진 퇴보법” “아내를 잡으려면 밥상을 엎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말을 길게 하니 맛있게 먹은 밥도 소화가 안 되더라” “전임 대통령보다 뭘 잘못했나, 토론하자” “형을 믿어야 겠습니까, 언론보도를 믿어야 겠습니까” “대한민국의 최대 걱정거리는 태풍과 대통령이다”등등 그의 경솔하고 가시 돋친 말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요즘 말하는 것을 보면 전직 대통령이라기보다 전직 변호사 같다.
노무현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상국씨 유가족에 사과 드립니다”도 게재해야 한다. 노건평씨가 별볼일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는가. “쓰디쓴 말 한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파괴 합니다”라는 평범한 이 금언은 ‘노무현 언어’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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