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재현장 안들어갔다 진술 번복..검사와 ‘언성’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도 장모집 방화살인죄에 대해 끝까지 부인으로 일관했다.
강은 죄를 달게 받고 죽을 때까지 반성하겠다고 명백히 드러난 다른 살인죄엔 고개를 숙이면서도 방화살인에 대해서 만큼은 첫 공판 이후 결심공판까지 초지일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은 특히 이날 방화살인에 대해 검찰 조사과정에서의 진술을 처음 번복해 눈길을 끌었다.
강은 화재 직후 현장을 다시 찾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검찰이 형까지 엮으려고 압박해 (나 혼자 장모집 화재현장에 들어갔다고) 진술했다고 말을 뒤집었다.
검찰은 강의 ‘진술 번복’을 집중적으로 따지고 들었다.
강은 경찰조사 때 방범창을 발로 차고 탈출했다고 진술했다가 검찰에서 니퍼로 작은 방 방범창 못대가리를 자르고 탈출했다고 말을 바꿨다.
강은 또 은행을 까먹으려고 승용차에 있던 니퍼를 집안으로 가지고 왔고, 방범창으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군복 상의 주머니에 있던 니퍼가 밟혀 이를 꺼내 방범창을 뜯는데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은 화재 이후 군복과 니퍼의 행방에 대해서는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검찰은 그러나 우연의 일치로 믿을 수 없다며 객관적인 상황이 일치하지 않는 대목이 너무 많다고 몰아세웠다.
이날 공판은 강호순의 이웃 주민의 증언, 피고인 신문, 검찰 구형, 변호인과 피고인의 최후진술 순으로 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강은 이날 기존 공판 때처럼 녹두색 수의를 입고 나와 피고인 신문에 응했으며 고개를 들고 말하라는 재판장의 권고에도 불구, 시종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또박또박한 어조로 답변했다.
강은 그러나 현장을 훼손하려고 화재현장으로 다시 들어갔다는 검찰 추궁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을 바꾸는 대목에서는 검찰과 언성을 높이며 맞서기도 했다.
또 강의 앞집에 살던 박모씨는 피고인이 탈출 직후 ‘우리 아들, 우리 아들’하며 아들만 찾았다. 장모와 부인이 집안에 있다고 구조요청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지만 강은 탈출 직후 상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철저히 피해갔다.
이 밖에 불을 끄려고 작은 방문을 열고 이불을 던졌는데 머리카락 하나 그을리지 않은 점, 그을음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 일어난 점, 화재 다음날 정밀검사를 앞둔 부인 명의로 의료보험이 아닌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이유 등 여러 의문점에 대해 집중추궁을 받았다.
그는 재판장이 가족에게 버림받을까봐 (방화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했고, 죽더라도 떳떳하게 피해자들(장모와 아내)을 볼 수 있겠느냐고 묻자 예라고 답변했다.
강의 연쇄살인 이유를 묻자 제 정신이 아니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강은 최후진술에서 방화 혐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연쇄살인 혐의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제 잘못에 대해 많이 반성한다. 검찰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살아온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죄를 달게 받겠다. 죽을 때까지 반성하겠다는 게 강의 법정 최후진술이었다.
(안산=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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