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곧 검찰에 불려 나가는 모양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두 번째 검찰출두에서 구속되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출두를 끝까지 거부하다가 사전영장에 의해 집에서 연행되어 교도소로 직행했다. 현재의 검찰조사 진행상황은 노무현씨를 구속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있어 대통령 영부인이 비서관을 시켜 돈을 받았다? 아니 대통령에게 누가 돈 꾸어 주었는지는 모르나 그것을 갚으려고 해도 상대방이 절대로 안 받겠다고 했을 텐데 무엇이 아쉬워 비서관을 통해서까지 돈을 꿨단 말인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국민에게 사과하는 자세가 아니라 변명하는 자세처럼 보인다. 지난번 WBC 야구대회에서 김인식 감독이 피처 임창용에게 사인을 주었는데도 못 읽었다는 소리나 비슷한 어불성설이다.
영부인이 청와대 비서관을 시켜 돈을 받았다면 부패정치의 극치다. 대통령이 이를 몰랐다면 무능의 극치이고 알았다면 포괄적 뇌물죄에 속한다. 대가성이 없어도 고위공무원은 법적인 책임을 지도록 되어있다. 대만의 천수이벤 전 총통도 부인의 돈 문제를 자신은 몰랐다고 발뺌 했으나 스타일만 구긴 채 감옥으로 갔다.
노무현씨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서 “부동산 이외에는 꿀릴 게 없다”고 큰소리치던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힘없는 시골노인(노건평씨)에게 머리 조아리지 마라” “(측근의 부정혐의에 대해) 깜도 안 되는 소설 쓰고 있네” “청탁하면 패가망신 시키겠다”등등 그가 남긴 화제의 언어들이 지금 완전히 위선이 되어 버렸다.
그는 형, 부인, 조카사위가 돈거래에 관계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을 때 한결같이 자신은 잘 모르는 일인 것처럼 어물어물 넘어갔다. 그리고는 핵심참모들과 모임을 가진 다음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노무현씨는 세무 변호사를 지낸 적이 있어 참모들에게 앞으로의 수사진전에 대비한 가이드라인을 토의한 것으로 보여 더 불쾌하다.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노무현이 무슨 말을 해도 국민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저돌적이었지만 그래도 청렴했다고 믿어온 사람들의 가슴에 그는 대못을 박아 놓았다. 제2의 ‘노사모’(노무현에게 사기당한 사람들의 모임)가 생겨날 판국이다.
물고기는 입으로 낚이고 사람은 말로 낚인다. 재임 중에도 그랬지만 하향한 후에도 그는 끊임없이 말을 쏟아 놓아 다시 정치활동을 재개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사기에 이르렀고 그래서 이번 기회에 ‘노무현 세력’을 뿌리 뽑으려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과적으로 가족처럼 가까이 지내온 박연차씨가 노무현 정권의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한 셈이다.
박연차회장이 노정권에 뿌린 돈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대략 200억원이다. 이정도의 돈에 휘둘려 대통령에서부터 국회의장, 국회의원, 시장, 검사, 판사, 경찰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무원이 부패의 쓰나미를 일으킨 것은 국가망신이다. 봉투를 내던진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다는 것도 슬픈 일이다. 사랑은 젊은이의 눈을 멀게 하고 돈은 정치인의 눈을 멀게 한다. 대통령조차 돈에 대해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다니. “인생 최대의 승리는 내가 나를 이기는 것이다”라는 플라톤의 말이 어느 때보다 실감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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